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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대장 미국과 친구되기

아이들이 패를 갈라 벌이는 놀이에서도 `골목 대장`의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다. 동네마다 다른 아이들이 감히 덤비지 못하는, 요즘 말로 `짱`이 하나씩은 있어서 술래잡기, 말뚝박기 등을 할라치면 너도 나도 이 골목대장의 편에 서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이 골목대장들은 뛰어난 `리더십`이나 `카리스마`로 아이들을 휘어잡는 경우도 있으나 `돈`또는 `힘`으로 아이들을 제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행여나 눈밖에 나기라도 하면 시쳇말로 `왕따`가 되어 놀이에 끼기조차 어렵다. 생뚱 맞게 아이들의 골목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요즘의 국제 정치판을 보며 이들의 `놀이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저명한 컬럼니스트 톰 플레이트는 최근 한 사설에서 이라크전을 `미국의 적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보여주는 실례`라고 지적했다. 이라크전이 임박했을 무렵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국제 사회에 미국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우리와 함께 하거나 우리를 대적하는 것, 선택은 둘 중 하나(You`re either with us or against us)”라고 강조한 일이 있다. 다른 나라를 향한 미국의 시각은 `친구`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구조임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번 전쟁을 통해 미국이 자신들의 `적`에 대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는지 분명하게 목격한 많은 나라들은 요즘 미국의 `친구`임을 드러내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우리나라도 논란 끝에 이라크 파병을 결정, 변함없는 미국의 우방국임을 확인시켜주었다. 심지어 최근 전쟁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반미ㆍ반전을 부르짖던 독일, 러시아에서조차도 미국의 승리를 바란다는 `낯 간지러운` 발언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전후 이라크 재건 사업구도를 `자기 편` 위주로 짜겠다는 의도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미국의 친구임을 다짐 받아둔 우리로서는 어쩌면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뒷맛이 개운치만은 않은 심정이다. 그러나 어쩌랴. 당장은 체구가 왜소하고 가진 게 없어 `골목 대장`이 되기는 어려운 듯 하니 조금은 `아니꼽더라도` 골목대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힘쓸 밖에… <윤혜경 기자(국제부) ligh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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