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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로금리시대 개막] 경기부양불구 지속엔 한계

일본이 강력한 금리인하 정책을 추진하면서 선진국에서 전례가 없는 「제로(0)금리시대」가 열렸다.일본의 이같은 금리인하 조치는 내수와 투자를 촉진시켜 허물어져가는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의도에서 시작됐지만 이 조치로 엔화 가치도 하락, 아시아 각국에 다시 「엔폭락의 공포」를 증폭시키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일은)은 지난 3일 전날에 이어 올들어 최대 규모인 약 1조8,000억엔의 자금을 단기자금 시장에 공급, 무담보 콜 익일물 금리를 한때 0.02%까지 떨어뜨렸다. 이날 가중평균금리도 0.04%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금리 0.02% 수준은 단자회사 등에 지불하는 중개수수료(0.02%)를 제외하면 사실상 제로 금리나 다름없는 것이다. ◇제로금리정책 왜 나왔나= 3월말 기업결산기를 앞두고 1일물 콜금리를 낮춤으로써 다른 장·단기금리도 끌어내리고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주가도 회복시켜 더 이상의 경기악화를 막겠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또 최근 주춤해지고 있는 엔저 추세를 가속시켜 일본기업들의 수출을 자극하겠다는 의도도 내포돼 있다. 일은은 사실상 지난달 초부터 제로금리정책을 펴 왔다. 지난달 12일 일은은 단기금리의 인하목표를 0.15%로 발표한데 이어 곧바로 하야미 마사루(速水優) 총재가 『금리가 제로가 돼도 괜찮다』는 견해를 표명, 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질 때까지 금리인하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시시했다. 특히 지난 2일 이후 단기금리가 다시 급락한 것은 일은이 대량의 자금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이처럼 시장에 개입, 금리를 제로수준까지 낮춘 것은 주요 선진국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 스위스가 지난 70년대 한때 도피자금의 자국 유입을 막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편 적이 있을 뿐이다. ◇얼마나 지속될까= 일본은 경기부양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금리인하 정책을 펴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오래 지속되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일은의 당초 예상대로 연 이틀 주가와 채권값이 급등하는 등 금리인하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일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지난달 22일 이후 처음으로 1.7% 이하로 떨어졌고 닛케이 주가지수도 전날보다 249.30이 오른 14,170.36으로 마감됐다. 하지만 이미 제로 수준에 근접한 금리를 더 이상 끌어내리기 어려운 상황인데다 국제금리와의 격차 확대로 일본내 자금의 해외이탈과 함께 일본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콜금리가 제로로 유지되면 콜시장 자체가 마비되는 등 금융시장의 왜곡현상이 심화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이미 콜금리가 제로 수준까지 떨어지자 지난 2일 1조3,000억엔이 콜시장에서 빠져나갔다. 이 때문에 일정기간 동안 금리를 인하해도 지속적으로 이같은 초저금리정책을 펴기는 힘들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외 파장= 일본의 초저금리정책으로 엔화 약세가 우려되고 있다. 지난 3일 일은의 시장개입으로 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자 엔화는 전날보다 2엔오른 121엔대에 거래를 마감했고, 4일 도쿄시장에서 122.70엔대까지 떨어지는 등 엔약세가 다시 가속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 경제전문잡지인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최근호는 『일본의 금리인하정책으로 엔약세가 불가피해 다른 아시아국가 통화의 동반 하락과 수출경쟁력 약화를 초래, 아시아 경제회복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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