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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동세 박사의 `한국경제 대전환의 길'
입력1998-11-15 00:00:00
수정
1998.11.15 00:00:00
한국경제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경제 무대에서 패배했다. 정부, 재계, 노동자들이 우물안 개구리 식으로 오만과 편견에 빠져 세상돌아가는 이치를 깨닫지 못해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이라는 미증유의 대혼란을 자초했다.차동세 전KDI(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은 「한국경제 대전환의 길」(21세기북스 펴냄)이라는 저서에서 우리경제가 파국을 맞게된 원인을 이렇게 진단한다.
저자는 6·29 선언 이후 계속되어온 인기위주의 경제정책이 국민에게 환상을 심어준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지난 10년간 모두가 개혁을 부르짖어왔지만 말뿐의 개혁이지 실제로 이루어진 것은 거의 없었다』고 단언한다.
정부는 규제완화와 행정서비스의 개선을 노래처럼 불러댔어도 우리나라의 복잡한 규제와 공무원들의 관료주의, 권위주의 나아가 복지부동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은 생산성 향상에 의한 것보다는 투쟁을 통한 임금인상에 주력해 나라경제를 병들게 하는데 큰 기여를 했고, 기업들 역시 덩치키우기에만 급급해 속병에 걸려도 아주 심하게 걸렸다는 애기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세계를 놀라게 한 「한강의 기적」이 어느날 갑자기 「한강의 위기」로 돌변하여 또한번 세계를 놀라게 한 우리경제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정리한뒤 급속하게 변하고 있는 세계경제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한다. 이어 위기극복을 위한 구조조정 방안을 따져보고, 한국경제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할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우리경제를 진정한 선진시장경제로 성숙시키기 위해서는 한국자본주의 정신을 재창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땀흘려 일하는 사람이 존경받고, 기업해서 성공하는 것이 명예가 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며, 근로자가 더 잘 살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소외계층의 최저생활 수준도 보장해야겠지만 경쟁원리가 힘차게 작동하는 그런 활기찬 시장경제의 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평등과 효율 두 가지중에서 효율이 우선이다는 주장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경제에 향후전망에 대해 낙관과 비관 두가지의 시나리를 제시하고 있는데, 세계경제라는 외적 요인도 있지만 우리 내부의 대응력 여하에 따라 그 길이 달라질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선 낙관적인 시나리오가 가능하려면 정부가 올해 말 이전에 금융기관 증자를 완료하여 금융경색을 완화시키고 통화를 충분히 공급하여 은행대출금리를 최단시일 내에 12%이하로 떨어뜨려야 한다. 또 금융기관의 기업에 대한 대출을 출자로 전환해 기업의 금융부담을 완화시키고 기업의 추가적 부실을 막아야 한다. 정부는 시장에 더 이상 간섭하지 말고, 노동시장에도 시장원리가 작동한다면 그리고 세계경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다면, 한국경제는 99년에 마이너스 1% 내지 플러스 1%의 성장을 기록한뒤에 2000년부터는 본격적인 플러스 성장시대로 진입하게 되는게 낙관적인 시나리오다.
그러나 정부가 시중 금융경색을 해결하지 못하고 고금리와 산업기반 와해가 계속되며 인기위주 정책이 남발되고 노사갈등이 첨예화될뿐 아니라 세계경제 마저도 혼미가 계속된다면 우리경제는 조만간 제2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장기불황으로 넘어간다는게 비괸적인 시나리오이다. 선택은 우리 모두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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