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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회장 고사만 할 일 아니다

차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총회가 내달 6일 열릴 예정이나 현 김각중 회장을 이을 후임자가 없어 고민 중이라고 한다. 후임자로 유력시되던 이건희 삼성회장이 고사의사를 밝혔고 다른 회장들도 마찬가지 입장이라고 한다. 전경련은 경영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민간단체지만 기업의 투자와 생산활동이 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전경련 회장의 역할 또한 막중하다. 마침 차기 전경련회장은 새 대통령과 같은 시기에 임기가 시작됨으로써 정부의 경제정책을 설계함에 있어 중요한 조언을 할 수 있는 입장에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부터 새 정부와 재계간에 사사건건 갈등이 심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매우 걱정이다. 이 같은 갈등은 외형적으로는 새 정부의 재벌개혁정책에 대한 재계의 반발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경영계에 박혀있는 노 당선자의 과거 노동운동가 시절의 과격한 이미지에서 더 연유한 것이 아닐까 한다. 노 당선자도 이 점을 의식해 재벌 개혁을 중ㆍ장기적 과제로 설정하고, 그것도 민간 자율의 원칙에 따를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새 정부가 밝힌 재벌관련 개혁정책은 내용이 지엽적인 데다 국제기준에 의해서도 타당성과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것마저 대화를 통해서 개혁의 내용과 속도를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넓게 열어 놓은 셈이다. 지금 한국의 경제는 북한핵 문제 하나만으로도 매우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경제가 곤두박질을 칠 우려가 있다. 정부와 재계가 힘을 합쳐 대응해도 모자랄 판에 서로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것은 국가적인 불행이다. 전경련 후임회장이 인물난이라는 것은 차기 정부에 대한 재계의 불안감과도 관련이 있다고 본다. 차기 정부측도 불필요한 갈등조성을 피하려면 이제부턴 가급적 민간부문개혁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기 바란다. 민간 부문은 스스로 개혁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치열한 경쟁에 이미 노출돼 있다. 정부가 먼저 할 일은 개혁이 뒤쳐진 공공부문 개혁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정부개혁 방안에 대한 청사진 제시가 없이 민간 개혁만 들먹이는 데서 불협화가 증폭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전경련도 적극적인 사고가 기업가정신의 본령이라는 점을 다시 새겼으면 한다. 차기 정부의 개혁정책이 무리한 것이면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도록 정부를 설득하는 것도 애국하는 일이다. 재계가 새 정부와 제대로 의견조율도 되지 않은 내용을 놓고 대결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은 과잉이다. 뒤에서 비난하기는 쉽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절실한 것은 앞에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다. 기업가 정신에 투철한 인물이 차기 전경련 회장을 맡아 정부에 대해 견제와 균형을 이루며 나라 경제를 번영으로 이끌어 주기 바란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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