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자동차가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좀처럼 판매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수입차 판매가 사상 첫 월 1만대 고지를 넘어서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볼보자동차는 올 1분기까지 4년 연속 나홀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 1일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2,207대이던 볼보자동차의 국내 판매량은 2008년 2,135대, 2009년 1,724대에 이어 지난해 1,638대로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차지하는 시장점유율 역시 2007년 4.13%에서 2008년 3.46%, 2009년 2.83%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1.81%)에는 1%대로 추락했다. 볼보자동차의 내리막 행진은 올해 들어서 더욱 심각해 지는 실정이다. 올 1ㆍ4분기(1~3월) 판매량이 408대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18.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차 가운데 판매가 줄어든 곳은 최근 일본 대지진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브랜드와 초고가 럭셔리 브랜드인 벤틀리가 유일하다. 월간 판매량 자체가 수십 여대에 불과한 벤틀리와의 비교가 무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유럽 브랜드 중에선 볼보자동차만이 나홀로 감소세를 기록한 셈이다. 특히 이 같은 결과는 볼보자동차가 올 들어 잇따른 신차출시로 한국시장의 공략의지를 다지고 있는 시기에 나온 건이라 이례적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지난 2월 프리미엄 해치백 '뉴 볼보 C30 D4'를 국내에 처음 선보인 데 이어 3월에는 스포츠세단 '올 뉴 볼보 S60'을 출시했다. 또 올 하반기에는 왜건형 모델 '뉴 볼보 V60'의 출시도 예정돼있다. 하지만 신차 출시효과가 판매량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 기이한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안전한 차'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볼보 차량에 대한 소비자들의 믿음이 깨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볼보는 지난 2009년 5차례, 총 3,284대에 대한 리콜을 실시해 수입차 중에서 가장 많은 리콜을 한 브랜드였다. 지난해에도 1,535대한 리콜을 실시했으며 올해도 이어져 지난 2월 1,449대에 대한 제작 결함이 확인돼 리콜 명령을 실시했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에서 판매된 거의 모든 차들이 리콜 대상이 됐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 2월에 발표된 리콜은 연료의 과다 공급에 따른 엔진 성능 저하와 같은 안전에 직결되는 원인으로 고객들의 강한 불만을 사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볼보는 승차감이나 퍼포먼스보다는 운전자와 가족들이 안심하고 탈 수 있는 브랜드란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국내 고객들이 볼보에 대해 그런 인식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볼보가 미국의 포드를 거쳐 중국의 지리자동차로 매각되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떨어진 요인도 한 몫을 했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볼보코리아 브랜드 전략의 실패를 꼽는다. 최근 수입차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벤츠, BMW, 폭스바겐, 아우디 등 독일 브랜드들과 차별화된 유럽 자동차 브랜드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어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또 국내 중고차시장에서 다시 되팔 때의 거래가격이 다른 수입 브랜드에 비해 뒤쳐진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볼보가 과거 수입차 판매 1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선 이제라도 '볼보'만의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보다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 개발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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