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의 저축은행 전산망 통합 감시 방침이 발표된 직후 저축은행 곳곳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전산망 교체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은 물론 "금융감독 당국이 저축은행 전체를 잠재적인 범죄인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현재 저축은행중앙회 93개 은행 중 통합 전산망을 이용하지 않고 있는 30개 저축은행들은 금융감독원의 방침을 사실상 이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 은행들은 최근 금감원으로부터 저축은행중앙회 통합 전산망 이용에 대한 지시를 받았다. 전산망 통합 감시를 통해 비자금 조성이나 정ㆍ관계 로비 등의 비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선 저축은행법상으로도 중앙회 전산망 이용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이를 위해서는 법 개정까지 필요한 사안이다. 더군다나 현대스위스 및 HK 등 자체 전산망을 이용하고 있는 대형 저축은행들은 정보기술(IT) 인프라 구축에 이미 수백억원의 자금이 투입된 상태이다.
A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오는 9월 차세대 전산망 오픈을 위해 지난 2년 동안 300억원이 투입됐다"며 "금감원의 지침대로 통합 전산망을 이용할 경우 투자금을 모두 날리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에서 93개 저축은행을 통합 전산망으로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수신 상품 종류만 20~30여개에 달하고 각 은행별로 20~40명의 전산 인력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전산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중앙회의 전산 담당 인력이 50여명에 불과한데 전체 93개 저축은행의 전산을 모두 관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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