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강력한 지지선인 1,200원을 뚫고 내려가면서 하락세가 계속될지 관심이 뜨겁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달러화 초약세와 외국인 주식자금 유입 등의 요인으로 연말께 1,150원 안팎까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단 당국의 개입이 변수지만 시장자율성을 존중하는 2기 경제팀 특성상 속도조절 차원 이상의 강력한 개입은 없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1,150선까지 완만하게 내려갈 듯=국내외 전문가들 대부분은 환율 하락을 추세적으로 보고 한동안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다. 우선 달러화의 초약세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달러화는 뉴욕증시의 낙관론과 미 금리의 장기간 동결 가능성, 달러 캐리트레이드 등으로 유로화 대비 1.48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특히 외국인이 최근 한달간 국내증시에서 6조원 가까운 주식을 순매수하는 등 폭발적인 해외자금 유입으로 달러 공급은 넘쳐나는 실정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외국인 자금 유입과 달러화 약세 등으로 환율 하락은 추세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며 "올 4ㆍ4분기에는 평균 1,180원, 연말에는 1,150~1,160원대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인 BNP파리바•모건스탠리•스탠다드차타드도 4ㆍ4분기 1,150원을 예상했고 내년 1ㆍ4분기에는 좀 더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심리적 지지선인 1,200원이 무너졌기 때문에 달러를 움켜쥐었던 매물이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기술적으로 1,100원 중반대가 지지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조정 레벨 구간이 1,160~1,170원에 걸린다. 이 구간은 지난 2003~2004년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더 내려가면 일명 '최중경 라인'인 1,140원대가 버티고 있다. 이처럼 의미 있는 레벨이 단계별로 포진한데다 연말 원유 수입 증가, 경상수지 흑자 축소 등으로 환율 하락 속도가 지금보다 빨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환당국 개입은 '속도조절용'=환율이 예상보다 빨리 1,100원대에 진입하자 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경상수지나 수출 차질을 우려해 정부가 환율 하락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당국의 강력한 개입은 눈에 띄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견해다. 최근 당국의 개입을 '신사적'이라고 표현한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최근 당국의 구두개입은 거의 없다. 1기 팀 같으면 난리쳤겠지만 2기 팀은 시장에 맡기면서 환율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의 한 선임딜러는 "현 정부는 특정레벨을 고수하거나 시장에 맞서는 정책은 펼치지 않는 것 같다"며 "오히려 환율을 막는다고 소문나면 외국인들이 달려들어 시장이 크게 출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1,200원 붕괴에도 시장이 크게 요동치지 않은 점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외신간담회에서 주식시장에서 연고점을 경신하는 등 많은 외환유동성이 시장에 공급되면서 원화가 절상되고 있다"며 "시장의 수급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시장기능을 최대한 존중한다"고 밝혔다. 다만 윤 장관은 "정상적인 흐름에서 이탈할 정도로 쏠림현상이 심할 때는 스무딩 오퍼레이션은 어느 나라에서건 하고 있다"며 속도조절 수준의 개입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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