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도자기 역사의 흐름을 파악해 볼 수 있는 이색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ㆍ한국삼공㈜ 등 제약업체를 경영해온 한광호 한빛문화재단 명예이사장이 유럽을 오가며 모은 약 항아리 100여점을 화정박물관에서 1일부터 전시하고 있는 것. 16세기까지 도자기(chinaware) 하면 한중일을 떠올릴 만큼 동양의 첨단 기술이었지만, 17세기에 접어들면서 유럽이 동양의 도자기를 모방하기 시작했다. 16~18세기까지는 서양의 도자기가 독창적인 모습을 갖춘 시기로, 당시 생활 도기였던 약 항아리는 서양의 도자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박물관측은 설명했다. 유럽의 약 항아리는 크게 이탈리아 마요르카 지역에서 제작된 마욜리카(majolica) 도기와 네델란드ㆍ영국 등지에서 제작된 델프트(Delft) 도기로 구분된다. 마욜리카 도기는 색깔이 화려하고 델프트 도기는 중국의 청화백자의 영향을 받아 푸른색 안료로 무늬를 그린 것이 특징. 약 항아리는 흙이나 유약의 성분이 동양의 자기와 다르다. 주석유(朱錫油)를 섞은 불투명한 유약을 칠하고 그 위에 성인이나 식물ㆍ동물의 문양을 알록달록하게 채색해 아기자기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전시장에는 마른 약재를 담았던 단지 형태의 도기와 시럽을 담았던 주전자 형태의 도기 등이 선보인다. 몸체에 약재 이름과 제작연도를 적거나, 치유 능력이 있다고 여긴 기독교 성인을 그리는 등 당시 유럽의 풍습도 엿볼 수 있다. 전시는 내년 4월 15일까지. (02)207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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