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불볕더위로 잎이 시들며 작황이 악화된 엽채류 가격은 급등했지만 일조량 증가로 공급량이 급증한 일부 채소ㆍ과일의 경우 오히려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특히 토마토ㆍ애호박 등 저장성이 떨어지는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 하락세가 지속돼 농협이 산지 폐기에 나서는 특단의 대책까지 나오고 있다.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토마토 상품 10㎏의 가격은 1만4,8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1.4%나 폭락했다. 토마토 가격은 7월 중순 1만3,400원선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회복됐지만 여전히 평년가를 20%가량 밑도는 하향세다.
애호박도 상품 8㎏ 기준 가격이 1만4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60% 폭락했다. 폭염이 전국적으로 시작된 지난달 20일만 해도 1만6,200원이었으나 폭염이 이어지면서 3주 사이 가격이 35.8% 떨어졌다. 애호박은 평년가에 비해서도 30.3% 낮은 수준이다.
방울 토마토 역시 국산 상품 5㎏ 기준 가격이 지난해보다 43.3% 떨어진 1만800원에 그쳐 평년가(1만2,887원)에 못 미치는 수준에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이들 채소 가격이 폭락한 것은 일조량 증가로 생산량은 급증한 반면 불볕더위가 오히려 소비는 감소시켰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장마가 짧아 작황이 좋아진데다 일조량이 늘며 생육시기가 앞당겨져 순차적으로 생산되던 다수 품종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오고 있다"며 "저장성이 떨어지는 무른 채소는 오래 보관할 수 없어 생산자들은 공급을 쏟아내고 소비자들은 소비를 덜 하게 돼 가격 폭락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협은 과잉 재배된 강원도산 애호박 200톤을 산지에서 폐기할 방침이라고 9일 밝혔다. 농협은 지난달 말에도 공급 과잉을 빚고 있는 방울토마토 120톤을 산지에서 폐기했다. 농협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농협과 계약재배를 맺은 애호박 물량을 폐기 처분하고 매립 비용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숭아 등 제철 과일도 사정은 비슷하다. 늘어난 일조량 탓에 수확 시기가 앞당겨지며 다수 품종이 동시다발적으로 출하됐지만 큰 일교차가 필요한 복숭아의 품질은 떨어진 상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복숭아는 일부 품종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당도가 하락하고 크기도 작아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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