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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모카이 추장의 유산
입력2002-07-11 00:00:00
수정
2002.07.11 00:00:00
최근에 말레이지아 우표가 붙은 국제편지 한 통이 왔다. 겉봉에는 발신인의 주소와 이름이 없다. 봉투 안에서 에이4 용지에 인쇄된 영문 편지가 나왔다.
보낸 사람은 자기 이름이 소페 오모 케모카이라고 소개했다. 시에라리온 광산회사 회장이었던 오모 케모카이 추장의 장남이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불행하게도 시에라리온에서 정변이 일어나 거부인 케모카이 추장은 반군을 이끈 잔악한 포르데 산코에게 무참하게 살해당했다. 편지는 이렇게 이어진다.
".가족의 가까운 친구로부터 귀하가 성실성과 신뢰성을 겸비한 한국의 유력한 사업가라는 얘기를 듣고 먼저 편지를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인간은 일을 도모하지만 성사는 하늘의 뜻에 달렸다는 속담처럼 나의 아버지 케모카이 추장은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목숨을 잃었고 우리 가족은 난을 피해 이웃한 토고 공화국의 수도 로메로 이주했습니다.
나의 아버지는 목숨을 잃기 전 미화 총 4800만 달러를 두 개의 상자에 담아 토고 보안 회사에 위탁해 놓았습니다. 현재 우리 가족은 신뢰할만한 사람의 도움으로 아버지의 유산을 안전하게 한국으로 옮겨 투자를 하고자 귀하의 도움을 청하는 바입니다.
우리 유족의 안전을 위해 이런 사실은 귀하와 나 사이만의 비밀로 해주기 바랍니다. 이 사업은 100% 위험부담이 없다고 보장합니다. 만약 귀하가 이 돈을 안전하게 토고 밖으로 옮겨 준다면 우리 가족은 총액의 20%를 사례금으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휴가 차 말레이시아로 와있습니다. 다음의 이-메일 주소로 즉시 회답을 준다면 나의 전화번호를 통보하겠습니다."
수수료가 4800만 달러의 20%라면 960만 달러(약 115억 원). 게다가 모험을 감수할 필요도 없다니 땅 집고 헤엄칠 일이다. 그렇지만 편지의 내용은 빈 구석이 많고 어딘지 황당하다. 전형적인 직접우편 사기 수법을 닮았다.
아프리카 지역에 거점을 둔 무역사기단은 80년대에 기승을 부렸고 몇 년 전에 다시 성행했다. 98년도에는 아프리카 서부 코트디브와르에 거점을 둔 나이지리아인 사기단이 '세계재무보안조직(GSFO)'과 '하웰투자회사'라는 회사명을 내걸고 국내 수출업계에 파고들었다.
그 중에는 공사자금 2000만∼3000만 달러가 지하자금으로 남아있는데 해외송금에 협조해준다면 수수로 20%를 주겠다고 미끼를 던지는 수법도 있었다.
추산하면 나이지리어 금융 사기단에 의한 피해는 세계적으로 해마다 1억 달러 정도가 된다고 한다.
안병찬(경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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