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이란 제재가 현실화하면서 이란에서 원유를 들여오는 정유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이란산 원유 도입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이란과의 금융거래가 막히면서 정유업계는 대금 결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유업계는 또 앞으로 이란산 원유 도입 자체가 중단될 경우에 대비해 스팟시장 거래 비중을 늘이는 방안도 구상중이나 이럴 경우 가격 급등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연간 원유 수입량의 20%를 이란에 의존하는 현대오일뱅크는 이란 은행으로의 송금이 중단되면서 지난달부터 원유 수입대금을 결제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이란에서 수입하는 원유의 양은 하루 7만배럴에 달한다. 현대오일뱅크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이란산 원유의 결제기일을 뒤로 늦추는 등 단기 처방에 나서고 있으나 장기적으론 뾰족한 수가 없어 유관 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란산 원유 수입비중이 10% 정도인 SK에너지는 현재 일본 미쓰비시은행을 통해 대금을 결제하고 있다. SK에너지는 하루 7만배럴의 원유를 이란에서 수입하고 있다. SK에너지의 한 관계자는 “일본 은행을 통해 결제를 하고 있어 당장 문제는 없지만 만약 일본을 통한 결제가 막히면 그동안 이란 측과 쌓은 신뢰관계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란 제제 대상 품목에서 원유가 빠져 있지만 만약 이란 원유 수입이 중단되면 정유업계의 어려움은 가중될 전망이다. 정유업계는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해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대부분의 원유 도입은 장기계약으로 이뤄지는 만큼 단기간 내에 수입처를 바꾸기는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중단될 경우 아시아의 정유업체들이 원유 구입을 위해 스팟(단기)시장으로 몰려들면서 가격 급등에 따른 피해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이란 제재에 따른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란 제재 조치로 이란산 석유화학 제품의 중국 및 아시아 수출이 제한됨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수출시장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란이 석유화학 기초 원료의 주요 공급국가인 만큼 단기적으로는 석유화학업계가 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협회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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