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가서명을 맺은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정식 서명이 상반기 안에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연내 발효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9일 외교통상부ㆍ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당초 1ㆍ4분기 중으로 계획됐다 4월, 5월로 차일피일 미뤄졌던 한ㆍEU FTA 정식 서명 절차가 다음달에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 분위기로 볼 때 상반기 중 서명은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밝힌 공식적인 이유는 EU 회원국들의 협정문 번역과 확인 절차에 예상보다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통상교섭본부의 한 관계자는 "EU가 27개국의 연합이다 보니 내부 의결조정을 위한 절차가 복잡하고 EU 공식 언어도 22개나 돼 생각보다 지체되고 있다"면서 "불어 번역문을 검토한 결과 잘못된 문구를 400여개나 발견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리스발 유로존 사태로 유럽 주요 국가들의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재정에 비상등이 켜진 점이 더 큰 문제다. EU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데 주력하다 보니 한ㆍEU FTA 비준작업도 지체될 것으로 해석된다. 또 개별 국가들의 이해관계도 각기 달라 정부가 공언한 '2010년 발효' 가능성은 점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특히 EU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법안에 대해서도 한ㆍEU FTA 협상 당시와 달라졌다며 강력히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홈플러스 지분을 갖고 있는 영국의 유통기업 테스코를 고려한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상 전문가는 "대기업의 시장진입을 막는 SSM 규제법안이 원안대로 처리될 경우 분쟁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한ㆍEU FTA에 속도를 내기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 최경환 지경부 장관은 지난 7일 주한 유럽상공회의소(EUCCK) 오찬간담회에서 "한ㆍEU FTA가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발효돼 양국의 경제성장을 가속화하고 더 나아가 유럽과 아시아 간 경제협력을 활성화하는 동력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도 "한국과 EU가 연내 FTA 발효라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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