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실손의료비 인하 압박에 보험사들의 속앓이가 심해지고 있다. 당국은 '4대중증질환 보장강화'를 이유로 보험료 인하를 바라고 있지만 보험사들은 손해율이 개선되지 않는 한 보험료 인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4대 중증질환 의료서비스를 강화해나가고 있다. 쉽게 말해 국민건강보험 보장영역을 넓히겠다는 것으로 이것은 사적보험의 요율인하 명분이 된다. 그동안 사적보험이 보장하던 것을 국민건강보험으로 대체해 그만큼 지급보험금 규모가 작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중증질환 보장강화는 환영할 일이지만 정작 손해율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2009년 107.7%를 기록했던 실손의료보험 지급률은 2010년 110.9%로 늘어나더니 2011년 111.1%, 2012년 109.6%로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급률은 지급보험금을 위험보험료로 나눈 값으로 이 값이 정체돼 있다는 것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영역은 확대됐지만 사적보험의 지급보험금은 줄지 않았다는 뜻이다.
보험사들은 실손의료보험료를 낮추기 위해서는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도 정가개념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는 급여항목의 경우 정가기준이 도입돼 있어 의료비 과다청구 등의 꼼수가 어렵지만 비급여항목의 경우 '의료비 뻥튀기' 같은 부작용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조용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비급여 항목에 대한 규제가 없어 요양기관의 이윤 극대화 행동에 따라 진료비가 늘고 있는 것"이라며 "4대 중증질환 보장을 강화한다 해도 의료공급자는 이윤을 보전하려 하기 때문에 비급여진료비 역시 줄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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