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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률 최고 100대1 '은행고시 시대'

기업구조 튼튼하고 고액 연봉 제공등 매력<br>석·박사서 회계·세무 ·변호사까지 대거 몰려<br>하반기 취업시장 최고 선호 직업으로 부상


‘은행의 문턱이 높다’는 말은 가난한 서민이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다시 은행의 문턱이 높아졌다. 요즘의 의미는 은행원이 되기가 낙타가 바늘구멍을 들어가는 것만큼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은행 고시’라는 말도 나온다. 1950년대 최고 직장은 은행이었다. 전후 한국사회를 이끌 수 있는 생산 기반이 없었던 현실에서 ‘제 때 월급을 제대로 받는 직업’으로 은행은 최고 선호 직장이었다. 공무원이나 교사와 함께 은행원은 한국사회의 인기직업 상위에 랭크됐다. 그러던 은행원 자리가 90년대 후반 이후 IMF 위기로 흔들리면서 ‘명예 퇴직’하면 떠오르는 직장의 대명사가 ‘은행’이 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전 국민을 가슴아프게 했던 ‘눈물의 비디오’의 주인공 역시 은행원이었다. 하지만 2005년 취업시장에서 ‘은행’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최고 직업을 상징하는 변호사, 판ㆍ검사, 의사를 제치고 인기 선호직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 하반기 은행 공채 경쟁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다. 일부 은행은 10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이고 최소한 수십대일의 경쟁은 기본이다. 은행원 채용규모가 은행별로 수 백 명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치열한 관문임을 알 수 있다. 올 하반기 공채를 가장 먼저 실시한 신한은행 공채 경쟁률은 100대1을 넘었다. 최근 원서접수를 마감한 우리은행의 경우 200명 모집에 무려 9,307명이 응시, 46.5대1의 경쟁률을 보였고, 국민은행 경쟁률도 50대1을 훌쩍 넘겼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200명을 모집한 국민은행 공채에 석ㆍ박사 출신만 600명, 국내외 공인회계사와 세무사,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 만 200여명이 넘었다. 인사 담당자들이 마음 만 먹는다면 석ㆍ박사나 전문자격증 소지자로 전원을 채울 수 있을 정도다. ’은행의 부활’은 무엇보다 튼실해진 기업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 중견 우량 제조업체가 1조원의 매출을 달성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웬만한 은행의 올해 순이익은 대부분 1조원을 넘겼다. 부실자산의 정리가 마무리되면서 더 이상 은행이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적어졌다. 특히 해외 선진사례를 대학시절부터 체험한 루키들에게 금융산업이 경제구조를 이끌고 있는 미국 등 선진시장의 사례는 은행에 대한 매력을 더욱 높이는 요인이다. 은행원의 연봉이 다른 직장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은 것도 인기의 비결이다. K은행의 올해 대졸 초임 직원의 연봉은 3,600만원. 각종 공제혜택을 주는 근로자 세금우대 저축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을 입사와 함께 넘는다.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은행 비정규직 직원의 초봉도 2,000만원에 육박해 일반 제조업체나 웬만한 중소기업 근로자보다 나은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공채에서 낙방한 입시 재수생들이 은행 비정규직 채용에 눈을 돌리기도 한다. 단순 업무인 사무직으로 선발한 인원의 60%를 대졸 학력자가 차지할 정도. 은행들의 인사 채용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자격증을 소지하거나 명문 대학을 졸업했다고 은행에 들어갈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은행도 과거 우수인력을 뽑는 정책에서 나름대로 자사에 꼭 필요한 인재를 뽑는다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기 때문. 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공채에서 지방대 출신을 우대하는 전략을 처음 시행해 호응을 얻었다. 지난 해 과거 기준으로 채용한 신입행원 127명 가운데 이직한 사람은 모두 17명. 이직률이 15% 수준에 달했지만 올 상반기 지방대생 우대 전략으로 바뀐 이후 채용한 131명 가운데 단 한 사람도 은행을 떠나지 않았다. 인사담당자에게는 꿈에 해당하는 ‘이직률 0%’를 실현한 셈. 국민은행이 지방대생 채용을 확대한 것은 1,000여개에 달하는 전국 네트워크에서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인식했기 때문. 실제로 과거 ‘토익 몇 점 이상’이나 ‘대학성적 몇 학점이상’ 식으로 채용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대학시절 동아리 활동 경력과 리더십, 사회봉사 활동 경험 등이 당락을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김동익 국민은행 인사팀 차장은 “은행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우수인력의 응시 비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은행에서는 마케팅에 꼭 필요한 인원을 뽑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경우 일에 대한 높은 열정과 조직에 대한 높은 충성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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