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짝 장세…, 롤러코스터 장세…, 환절기 장세…, 럭비공 장세….’ 외환시장이 너무 출렁거린다. 수직 상승과 수직 낙하가 하루하루 교차한다. 시장의 변동성으로 따지면 사상 최대 수준이다. 불확실성이 워낙 심하니 하루 거래물량도 사상 최고치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3불신(不信)’이란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 외환당국도, 국제 금융시장도, 심지어 자신들조차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변동성 사상 최대=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들어 일중 변동폭이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난 한 주 일평균 변동폭은 7원40전. 전주의 5원60전에 비해 32%나 커졌다. 지난 2월 호가제도 변경에 따라 일중 변동폭이 7원40전까지 확대됐던 적을 제외하면 사상 최대 수준이다. 매일매일의 추세 곡선으로 따지면 변동은 더욱 크다. 재정경제부와 한은 담당자가 한목소리로 “이렇게 심했던 적이 없었다”고 푸념할 정도다. 시장이 심하게 움직이니 거래량도 폭증하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역외 매수물량과 수출업체의 매도물량이 달러당 950원을 놓고 뒤섞이면서 하루 거래량이 86억달러에 달했다. 사상 최고였다. 외환시장의 한 딜러는 “시장은 지금 전쟁 중”이라는 표현을 썼다. ◇증폭되는 불신감=변동성이 커진 것은 시장이 그만큼 방향을 잡기 힘들 만큼 불확실해졌다는 뜻이다. 외환당국 관계자조차 변동성이 커진 이유와 관련, ‘3불신’이란 표현에 ‘노(NO)’라고 하지 못했다. 첫째 불신은 국제 금융시장의 흐름에 대해 전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제시장이 하루하루의 뉴스에 극심하게 출렁거리는 탓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중단 선언이 미뤄지더니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오는 6월에 도리어 금리를 올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시장을 움직였다. 미국이 잠잠하면 유럽과 일본에서 달러화의 강ㆍ약세를 부추기는 뉴스들이 터져나온다. 최희남 재경부 외화자금과장은 “엔ㆍ달러가 하루에 1엔 이상씩 움직이는 비정상적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번째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 부족이다. 하루평균 잘해야 7억~8억달러 정도였던 수출업체들의 네고 물량이 최근에는 10억달러를 훌쩍 넘겼다. 쏠림현상이다. 22일에는 무려 18억달러에 달했다. 역외세력은 환율이 너무 떨어졌다면서 사들이고 있지만 950원만 넘으면 프로그램 매도를 연상케 하듯 기계적으로 달러화를 내다판다. 이광주 한은 국제국장은 이를 수출업체들의 ‘자기기대 실현(self-fulfilling prophecy)현상’이라고 규정했다. 경상수지 등 중기 지표는 고려하지 않고 환시장이 자아도취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불신은 외환당국에 대한 것이다. 수출업체 자금 담당자는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언제 제대로 된 개입을 한 적이 있느냐”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지난달 말 ‘고강도 전격전’이란 이름으로 대규모 물량을 내리꽂은 이래 개입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워졌다. 썰렁한 구두개입만 되풀이되다 보니 시장도 지쳤고 당국이 환율을 막아줄 것이란 믿음을 버린 것이다. ◇6월 말까지 춤춘다=외환 당국자는 “6월 말까지는 방향을 잡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6월28일로 예정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결정일을 염두에 둔 말이다. 이머징마켓에 나타나는 극심한 자금이동 상황도 이때까지 계속될 듯하다. 그에 앞서 6월 초 열릴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위원회의 결정도 작은 산이기는 하지만 변동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ECB는 5월에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불안한 시장상황이 장기적으로 계속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2~3년 동안은 이런 상황이 이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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