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의 '제2 도쿄 구상'이 현실화될 것인가. 이 회장이 신묘년 첫 해외 출장지로 일본을 택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선친인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은 물론 이 회장도 매년 정초가 되면 일본을 찾아 한해 경영의 밑그림을 그려온데다 지난 1993년에 나온 이 회장의 '신경영'도 첫 출발지가 일본이라는 점에서 이번 구상에 무엇이 담길지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11일 이 회장은 열흘간의 일정으로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당초 평창 동계올림픽 실사단이 방한하는 오는 2월까지 국내에 머물 것으로 보였으나 칠순 생일 잔치를 끝내자마자 일본행을 택한 것이다. 출장길에 오르면서 그가 던진 메시지 역시 예사롭지 않다. 이 회장은 "겉 모양은 삼성전자가 일본 기업을 앞서지만 속(부품)은 아직까지 (일본을) 따라가려면 많은 시간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 그것. 이 회장은 이어 일본에서의 계획을 묻자 "새해도 됐고 해서 기업 관계자들과 여러분들을 만납니다. 친구들도 보고"라며 일본에 체류하는 동안 일본 재계 인사와 폭넓은 교류를 할 것임을 시사했다. 전경련 회장직에 대해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평창도 있고"라며 "삼성그룹을 키우는 데도 힘이 벅차다"고 말해 삼성그룹의 새 판짜기에 몰두할 것임을 암시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을 볼 때 이번 일본행이 단순한 휴가 차원을 떠나 '제2의 도쿄 구상'을 그릴 출발지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경영복귀 이후 수차례 일본에 대해 언급했고 일본 재계 고위관계자들과 면담을 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일본에 대해 "삼성이 극복할 수 있지만 (삼성보다) 앞서 있다"는 점을 언급하는 등 경영복귀 이후 그의 마음에는 '일본'이 항상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경영복귀 이후 위기론과 공격경영을 내세우며 '5대 신사업 투자 확정'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43조원 투자' 등을 만들어냈다. 삼성 내부에서도 이 회장의 일련의 발언과 행동 등을 볼 때 '제2의 도쿄 구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이 회장의 신도쿄 구상에서는 '그룹 차원의 비전 2020' 같은 미래 청사진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각 계열사별로 미래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이를 한데 묶는 통합적인 미래 10년 비전은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아서다. '삼성 비전 2020'에는 그룹 차원에서 신사업을 향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고 육성할 것인지 등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한 삼성그룹의 체질개선 프로젝트도 예상된다. 고 이병철 회장은 도쿄에서 반도체 진출을 구상했다. 이건희 회장도 도쿄에서 신경영의 첫 출발을 알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어느 시점에 제2의 도쿄 구상을 구체화할 것인지의 문제만 남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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