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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이날 재래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직접 물건을 구입하는 등 평소의 차분하고 냉정한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차에서 내릴 때도 시종일관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미소금융 관계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이 사장은 이날 한 상인에게 "요즘 장사가 잘 되시냐"고 친근하게 다가서는 가 하면 3개에 2,000원에 팔리는 도넛을 시식하기도 했다. 또 옥수수와 떡, 머리띠 등을 구입하기도 했다. 특히 황금빛 머리띠를 보면서 "딸애한테 잘 어울리겠네"라며 6,000원에 구입해 눈길을 끌었다. 한 상인은 이 사장에게 "재래시장에 오면 값도 싸고 양도 많은데 회사 돌아가시면 홍보 좀 많이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흔쾌히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이 사장은 주변에 금융계열사 사장단들에게도 "홍보만 하시지 말고 물건도 좀 사주시지요"라며 계열사 사장들의 시장 물건 구입을 부추기기도 했다. 돌발 상황도 발생했다. 한 취객이 "이건희 회장과 잘 아는 사이"라고 소개하자 고개를 숙이면서 "예.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자리를 피했다. 이 사장은 이날 잔뜩 몸을 낮추며 낮은 자세로 임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에 따른 삼성의 대응책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여기 계신 실장(김순택 부회장)님이 더 잘 아시니 실장님께 여쭤보는 게 낫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는 이어 "오늘 이 자리에 기자가 온다는 사실에 대해 보고를 못 받았는데 어떻게 알고 오셨느냐, 그럼 처음부터 쭉 다 듣고 다 보신 거냐"며 "제가 드릴 말씀은 없고 실장님께 물어보시는 게 낫습니다"라고 다시 한번 몸을 낮췄다. 김 실장은 이에 대해 "삼성이 미소금융을 하고 있는데 성과가 얼마나 있는지, 또 더 할 만한 일이 없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이 사장이 여기까지 왔다"며 "또 삼성이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이디어를 구하려 만든 자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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