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생애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해석한 책이다. 프로이트 이후 인간 내면의식 연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분석심리학의 아버지, 칼 구스타프 융은 신화를 인간 의식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평가하고 있다. 신화는 인간 의식이 발달하기 이전의 산물로 극히 비합리적이고 환상적이라는 것. 따라서 무의식이 의식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는데 더 없이 좋은 자료라는 게 융의 생각이다. 저자는 신화에 대한 융의 주장을 바탕으로 단군신화, 박혁거세 신화, 당금애기(출산 및 성장을 주관하는 삼신의 내력을 전하는 무속서사) 등 우리 고전 신화를 분석한다. 흥미로운 점은 단군신화가 어둠으로부터 빛이 출현하는 내용을 다뤘다면 당금애기는 빛이 다시 어둠으로 복귀하는 과정을 그렸다는 것. 저자는 이를 각각 의식화와 무의식화로 구분하며 세계 각지의 신화 혹은 구약성서와 비교하며 심층적 의미를 규명한다. 저자의 학위논문과 소논문 2편을 엮어 만든 책은 신화를 연구하는 전공자 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인간의 의식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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