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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는 건강·성장 견인 '일석이조'… 원톱없는 지금이 선점 적기

■ (주)대한민국 차세대 먹거리를 찾아라 <6> '경제 구원투수' 바이오산업

"ICT 못잖게 산업효과 크다" 각국 경쟁 치열

세계 바이오헬스시장 2020년 195조까지 성장

정부, 민간투자 적극 유도·규제의 벽 확 낮춰야



# 지난해 1월 2002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의 사상 첫 4강 진출을 이끈 휘스 히딩크 감독이 다시 한국을 방문했다. 축구 때문이 아니었다. 오른쪽 무릎에 발생한 퇴행성관절염 때문이었다. 사실 유럽과 미국 의료진은 히딩크 감독에게 현재 가장 보편적 치료법인 인공관절 수술을 권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인공관절 수술을 감행하면 그가 좋아하는 골프와 테니스를 더 이상 즐기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줄기세포 치료법에 주목해 과감히 한국행을 택했다. 히딩크 감독은 축구국가대표팀 주치의인 송준섭 박사의 집도로 우리나라 바이오 기업이 개발한 성체줄기세포 '카티스템'을 사용, 큰 수술 없이 무릎 연골을 재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줄기세포 등 우리나라의 바이오기술 성장 가능성을 세계적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바이오기술이 지난 15년간 대한민국을 먹여 살렸던 정보통신기술(ICT)의 바통을 본격적으로 이어받을 채비를 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 산업은 인류의 건강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분야인 만큼 최근 각국이 경쟁적으로 육성에 나서고 있어 우리나라도 규제철폐 등 정부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 서둘러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바이오 산업이 ICT에 이어 앞으로 모든 글로벌 경제의 중핵이 될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제기됐다. 지난 200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바이오기술에 따른 새로운 발견이 인류를 편리하게 하는 경제활동을 '바이오경제'로 정의하고 "바이오경제가 인터넷 등 ICT 기반의 경제발전에 버금가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실제 바이오 산업은 최근 들어 성장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2013년 기준 글로벌 의약품 매출액 상위 10개 품목 중 휴미라(115억달러), 레미케이드(99억달러), 엔브렐(89억달러), 리툭산(74억달러), 라투스(73억달러), 아바스틴(67억 달러), 허셉틴(65억 달러) 등 매출 50억달러 이상의 바이오 의약품이 7개를 차지할 정도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전 세계 바이오헬스 산업 시장이 연평균 5.3%씩 성장해 2013년 133조원에서 오는 2020년 195조원까지 신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재조합 유전자 기술을 응용해 제조한 제품인 바이오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5%에서 20%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앞으로의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개인맞춤 치료가 가능한 줄기세포 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가 쌍끌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ICT 산업을 이끄는 삼성그룹 역시 최근 바이오산업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낙점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3월27일 중국 보아오포럼에서 "삼성은 ICT에 의학·바이오를 융합한 혁신이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이 때문에 우리 정부도 바이오 산업 육성에 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제 막 급성장기에 진입한 바이오 분야는 아직 글로벌 절대강자가 없는 만큼 지금이라도 먼저 치고 나가면 기회는 충분히 있다는 얘기다. 바꿔 말하면 줄기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1호 승인을 받으려고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조금만 지체할 경우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 미국에 비해 줄기세포 치료제 기술 2.8년, 유전자 치료제 기술 3.8년 정도가 뒤처졌으나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줄기세포 치료제 제품 6개 중 4개를 보유한 것을 비롯해 상용화 목적의 임상 건수(41건)도 미국(136건)에 이어 세계 2위인 만큼 아직 경쟁력이 크게 나쁘지는 않다는 게 주된 분석이다.

최윤희 산업연구원 미래산업팀장은 "우리나라에서 민간 주도의 연구개발 투자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가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동시에 연구개발 성과가 사업화로 효율적으로 연계되는 성공사례를 도출해 민간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나아가 국내 바이오 산업의 도약을 위해 각종 불필요한 규제를 정부가 적극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승현 랩지노믹스 대표는 "체외진단 서비스에서 간단한 허가 단계를 통과하려고 해도 1년 정도가 걸린다"며 "상업화를 위해서는 빠른 제품 출시가 필요한데 늘어나는 규제 때문에 외국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학록 씨유메디칼 대표는 "의료기기 사업을 20년 동안 하면서 정부로부터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받고 있지만 짧은 시간 내 제품에 대한 승부를 볼 수 없기 때문에 강한 규제가 여전히 벽"이라고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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