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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생명공학연구소 오태광 환경소재연구실장
입력2000-02-17 00:00:00
수정
2000.02.17 00:00:00
정민정 기자
「나는 아이큐가 99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남들보다 몇배 노력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吳박사의 지능지수가 실제로 100에도 못 미칠만큼 낮은 것은 아니다. 다만 吳박사는 남들보다 잘난 것이 없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채찍질하기 위해 「아이큐가 99」라고 끊임없이 자기암시를 걸며 생활한다.
吳박사가 미생물학과 인연을 맺게된 것은 그의 인생철학 만큼이나 아주 단순하고 우연했다. 오로지 일류대학을 고집하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 적성이나 관심과는 무관하게 점수에 맞춰 서울대학 농과대학에 지원했고 2학년때 그 당시 취업이 잘돼 학생들이 선호했던 식품공학과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전공을 선택한 후 효소의 응용 분야가 무한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吳박사는 이 때부터 미생물학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吳박사는 『당시 사람들이 효소라고 하면 식품만을 떠올렸지만 항생제, 세제, 정밀화학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 유명 학술잡지에 실린 연구성과 가운데 효소와 관련된 것이 20%나 됐지만 효소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한국인 과학자는 부족한 실정이었다.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신념 아래 吳박사는 지난 20여년간 효소 연구 외길에 매진해 왔다.
「개발된 기술을 사업화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기업의 몫이지만 상용화될 수 있도록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연구자의 역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吳박사에게 「효소」는 더할나위 없이 중요한 연구 과제였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의 산업은 엄청난 시설 투자에 비해 거둬들이는 순이익 규모가 불투명하지만 생물산업은 원천기술만 갖고 있으면 막대한 순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신규 파이타아제의 출현은 이미 10년전 예고된 것이었다. 지난 90년대초 환경에 유해한 질소와 인을 규제할 것이라는 정부 법안이 입법 예고되면서 吳박사는 인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인 파이타아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吳박사는 자비를 들여 미국에 파이타아제에 대한 자료수집 용역을 맡기는 등 남들보다 한발 앞서 나갔다.
그러나 힘들게 기초 자료를 마련했지만 당장 돈이 되지 않는 프로젝트에 선뜻 연구비를 지원하겠다는 업체는 없었다. 몇몇 대기업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보기좋게 거절당한 吳박사는 최후의 수단으로 중소기업기술 지도사업을 통해 인연을 맺어온 ㈜대성미생물의 문을 두드렸다. 吳박사의 효소에 대한 열성을 일찍부터 알고있던 이 회사 조항원(趙恒原) 사장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으며 연구가 성공적으로 수행된 지금 대성미생물은 신규 파이타아제에 대한 기술권을 확보했다.
吳박사는 연구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는 과제를 함께 수행한 연구원들이 나눠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연구비 사용은 전적으로 연구원들에게 맡겨 놓았다. 아울러 논문이 나올 때마다 가장 많은 성과를 낸 연구원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 앞에 명시하는 것도 吳박사가 철저히 지키는 원칙이다.
때문에 미생물효소연구실의 불빛은 밤 10시가 넘어서도 꺼지지 않는 등 모든 연구원들이 자발적으로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학계는 프로토콜(명제)에 너무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는 吳박사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창출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吳박사는 앞으로 10년 이내 모든 산업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효소를 개발할 계획이다.
吳박사는 최근 벤처기업 설립 제의도 받은 바 있지만 사업은 자신의 체질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에 점잖게 사양했다. 대신 뇌성마비 장애자인 딸 유 진(17세)이가 항상 밝게 생활할 수 있도록 좋은 아버지 노릇을 하며 과학자로서 한평생 연구에만 매진할 생각이다.
정민정기자JMIN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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