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자신이 주주로 있는 회사에서 횡령ㆍ배임 등의 혐의로 1심 확정판결을 받은 경영자를 이사(감사)로 선임(연임)할 경우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국민연금기금운용회 산하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회사의 지배주주나 대표가 횡령ㆍ배임 등의 혐의로 1심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 최소 3년간 이사(감사)로 선임(연임)하는 데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방침이라고 21일 밝혔다.
위원회는 1심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라도 주주가치 훼손행위에 대한 객관적 사실이 있다면 검찰이 기소한 시점부터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측은 "지금까지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기준으로 의결권을 행사했지만 이럴 경우 판결까지 최소 7~8년이 걸려 3년이 임기인 이사 및 감사의 선임ㆍ연임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며 "주주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지침을 적극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경영자의 주주가치 훼손행위를 제대로 감시ㆍ감독하지 못한 이사(감사) 연임에 대해서도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위원회는 "이사회는 회사업무 전반에 대한 일반적 감시ㆍ감독 의무를 가지는데 지배주주의 주주권익 침해행위가 나타났다는 것은 이사회가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라고 봤다.
국민연금은 이밖에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 의결만으로 이사의 책임을 감면할 경우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또 재무제표 승인주체를 주총에서 이사회 결의사항으로 변경하는 것은 '적정한 배당정책'을 갖춘 기업에 한해서만 찬성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위원회 측은 "재무제표 승인주체를 이사회 결의사항으로 변경하면 이익배당 결정 권한도 이사회가 가져 중요한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회사채발행 권한을 대표이사에게 위임하는 정관개정안은 사채발행 세부내역을 이사회에 사후 보고하는 규정을 명문화할 경우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측은 "기업의 정관변경에 대한 의결권은 변경안이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경영진을 감독할 수 있는 보완책이 마련돼 있느냐 여부에 따라 일관되게 행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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