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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말 기업은 피곤하다

"이번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제출 요구로 핵심 실무자들 2~3명이 몇달씩 매달리게 됐다.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거론되고 있는 판에 경영전략 짜기는 뒷전이다. 정권 말에 재벌 군기잡기도 좋지만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할 것 아닌가." 공정거래위원회의 6대 그룹 부당내부거래 서면조사 발표 직후 만난 어느 구조조정본부 임원 B씨의 푸념이다. 그는 또 "언론도 잘못이 적지 않다. 기업들이 DJ 정부의 힘이 빠지니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보도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주5일 근무제 등을 경제적 논리가 아닌 선심성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게 문제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 공정위 조사 등 정부의 잇단 시책에 대해 재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우선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제주도에서 열린 서머 포럼에서 작심한 듯 정부 정책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장시간에 걸쳐 비판했다. 그는 "공정위 조사는 시장에서 불공정한 사례가 있거나 경쟁사에 피해를 입혔을 때로 한정해야 한다"며 "기업 규모가 큰 특정한 업체에 대해서만 일제히 자료를 요구, 흠집이 발견되면 조사에 돌입하겠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또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대한 정부의 여론몰이에도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김영수 기협중앙회 회장은 "중소기업의 인건비가 20%나 오르게 됐다"며 "국민 소득이 2만~3만달러인 다른 선진국처럼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자는 것은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이 할 얘기가 아니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사실 재계의 이 같은 반응을 엄살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29일 미국ㆍ유럽 등이 잇단 기업회계 부정으로 크게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이번 공정위 조사로 전세계 투자자들이 한국 투자를 재고, 증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논평했다. "주5일제 도입으로 삶의 질 향상. 좋은 얘기다. 하지만 전제는 돈이다. 거지가 매일 논다고 삶의 질이 높은 것은 아니다. 최근 환율이 급등락, 국내 경제에 비상이 걸린 마당에 정부가 자꾸 기업 때리기만 나서면 대체 어쩌라는 얘기냐. 요즘은 정말 여러모로 피곤한 대선정국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다." B씨의 말이다. 최형욱<산업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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