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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의 할리우드 21] 관객 연령층 따라 광고효과 차이

영웅호걸은 여자와 술을 좋아한다고 살인면허를 지닌 제임스 본드도 이 둘을 매우 즐기는 스파이다. 본드가 즐겨 마시는 술은 보드카 마티니다. 007시리즈 제1편인 '닥터 노'(1962)의 무대는 자메이카. 이곳서 활동하던 동료들이 잇달아 살해되자 본드가 자메이카로 내려온다. 호텔에 짐을 푼 본드는 룸서비스를 시켜 술을 주문하는데 이때 마시는 술이 미디엄 드라이 보드카 마티니다. 그리고 본드는 "쉐이큰 낫 스터드"(Shaken not Stirred)라고 주의를 준다. 마티니는 진과 버무드를 섞어 만드는 술인데 이 영화에서 본드가 보드카 마티니를 마시면서 세계 술꾼들이 보드카 마티니로 입맛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닥터 노'에서 본드가 마신 보드카는 스미르노프로 이 상표는 최근 마지막 3편의 본드영화에서도 사용됐다. 그런데 다음달 22일에 개봉되는 20번째 본드영화 '다른 날 죽다'(Die Another Day)에서 본드로 나오는 피어스 브로스난(사진)이 마시는 보드카의 이름이 스미르노프에서 핀랜디아로 바뀌었다. 스미르노프 측에 따르면 본드영화팬들의 연령층 때문에 시리즈 등장을 포기했다고. 이 술이 집중적으로 노리는 고객은 21~29세 나이층. 그런데 007팬들의 연령층은 25~45세여서 소기의 광고효과를 못 본다는 것. 스미르노프측은 "21~29세 나이층들이 30~40대들보다 훨씬 더 많이 어울려 다니며 파티를 즐긴다"면서 "본드는 사교적이라기 보다 혼자 떨어져 의젓하고 냉정하니 폼을 재는 것이 멋이 아니냐"고 말한다. 통계에 따르면 본드팬은 '골든아이'(1995) 비디오게임으로 본드를 처음 알게된 10대 소년들과 35세 이상의 남자들. 스미르노프측은 이 두 연령층이 모두 술장사 상대로 적합치 않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보드카 마티니는 본드 소설의 작가 이안 플레이밍이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레밍은 1930년대 영국 첩보원으로 모스크바서 활약했었다. 그는 이때 러시안 보드카에 맛을 들였는데 후에 아메리칸 마티니를 알게 되면서 이것과 보드카를 섞어 마셨다는 후문. 그리고 본드가 이 술을 마시면서 보드카 마티니는 멋쟁이 남자들의 술로 등장하게 되었다. 한국일보 LA미주본사 편집위원ㆍLA영화비평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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