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한국 주식 시장의 전망을 밝게 내다보며 은행ㆍ통신ㆍ유통 등 내수 관련주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다만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모건스탠리의 보고서와 관련해 전체적인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개별 종목 분석에서는 다른 의견을 나타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20일 한국 전략 보고서를 통해 한국 주식 시장이 자기자본이익률(ROE), 가격 경쟁력, 안정적인 이익 성장 측면 등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력적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21일에도 한국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03% 상승한 2,053.01포인트로 거래를 마쳤으며 외국인은 이날도 1,93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37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모건스탠리의 추천 종목 중에는 현대백화점ㆍ삼성생명ㆍ신한금융지주ㆍSK텔레콤 등 내수 관련주가 많았다. 또 글로벌 경기 회복의 수혜가 예상되는 두산인프라코어ㆍ기아자동차 등 6개 종목을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현대글로비스ㆍSK이노베이션ㆍ현대해상ㆍ네이버ㆍ현대중공업ㆍ삼성카드 등에 대해서도 '비중 확대'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한진해운ㆍ현대미포조선ㆍSK하이닉스 등에 대해서는 '매도'의견을, 현대상선ㆍ현대산업ㆍ롯데케미칼ㆍ엔씨소포트 등에 대해서는 '비중 축소'의견을 제시했다.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모건스탠리 보고서와 관련해 전체적인 국내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각론에 대해서는 의견 차이를 나타냈다.
이남룡 삼성증권 투자정보팀 연구원은 "총론에는 동의하지만 각론에 있어서는 다르다"며 "한국 증시가 펀더멘탈 측면에서 매력적이고 경상수지 등 거시경제 지표도 경쟁력이 높아 외국인 입장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시 경쟁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개별 종목 분석에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두산인프라코어ㆍSK하이닉스ㆍ현대미포조선 세 종목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우선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해서는 "모건스탠리가 두산인프라코어를 추천 종목으로 꼽은 이유는 단순히 글로벌 경기 회복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는 이유"라며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중국 경기 회복, 그 중에서도 굴삭기 시장 회복이 제일 중요한데 3년 전만 하더라도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굴삭기 시장점유율이 30%였지만 최근에는 중국과 일본 업체의 경쟁에 밀려 10%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모건스탠리가 팔라고 조언한 SK하이닉스와 현대미포조선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이 연구원은 SK하이닉스에 대해 "SK하이닉스의 경우 중국 공장 화재가 그동안 쌓여 있던 D램 재고를 비싼 가격에 소진하는 계기가 됐다"며 " SK하이닉스가 목표대로 내년 초에 공장 가동을 재개하면 D랩 가격이 떨어질 수 있겠지만 매출은 꾸준히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모건스탠리는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2만8,000원 정도로 보고 있는데 이는 내년 이익 기준으로 하면 주가수익비율(PER)이 6~7배밖에 안 된다"며 "모건스탠리와 달리 우리는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올해보다 내년에 좋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현대미포조선 역시 모건스탠리가 벨류이이션이 올라와 가격 측면에서 매력이 없다고 분석한 반면 국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조선 업종 업황 개선을 더 중요한 변수로 꼽았다.
이날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이기 때문에 리포트의 파괴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개별 종목으로 보면 너무 막연하다"며 "두산만 놓고 보더라도 그룹에 대한 재무 리스크도 살펴봐야 하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이 필요한데 외국계 증권사의 분석은 이런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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