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책은행의 경영평가시 수익성 기준을 없애거나 대폭 축소하려고 하는 것은 국책은행 같은 ‘공(公)금융’을 통한 경제살리기에 힘을 싣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경영평가에 대한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국책은행의 행동반경을 넓혀주고 금융공기업을 통한 ‘돈맥경화’를 해소하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거두겠다는 것이다. ◇중기대출 늘리면서 수익성 평가는 모순=산업은행과 기업은행ㆍ수출입은행은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만도 총 117조원의 자금을 공급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의 유동성 지원, 수출금융지원 등에 사용된다. 그만큼 국책은행의 경영실적은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책은행의 경우 중소기업 대출 등의 업무를 취급하면서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과 부실채권 발생으로 인해 당기순이익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농협ㆍ수협 등 특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지난 2006년 4조6,000억원 ▦2007년 4조8,000억원에서 2008년에는 1조7,000억원으로 대폭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중기대출을 전담하고 있는 기업은행도 2007회계연도(2007년 1~12월) 당기순이익은 1조2,789억원에 달했지만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난해에는 5,064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당기순이익 기준으로는 반토막이 나는 셈이다. 따라서 국책은행의 경영평가시 수익성 항목을 예전대로 유지하게 되면 국책은행 입장으로서는 맡은 역할에 충실하고도 좋지 않은 경영평가를 받게 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국책은행을 평가할 때 수익성 기준을 계속 놔두면 지금과 같은 위급 시기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국가경제를 위해 경영평가 항목에서 배점을 줄이거나 없앨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점 줄이거나 기준 교체가 유력=현재 당기순이익 등 수익성 평가기준을 아예 없애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기업은행 같은 상장사가 있기 때문에 이를 아예 없애는 것은 무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따라서 수익성 지표에 대한 가중치 조절이나 배점 축소 등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국책은행이 아닌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보증확대에 따른 부실확대 가능성을 감안해 보증부실률 허용 수준을 높이는 방안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아예 수익성을 평가하지 않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조정하는 것이 유력해 보인다”며 “충당금적립전 영업손익 등으로 수익성을 판단하는 것도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평가기준 수정도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1년 단위 ‘공기업 경영계약제도’에 따라 오는 3월 국책은행 기관장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국책은행의 한 관계자는 “경영계약에 따라 지난해 6월 당국과 당기순익, 연체율 목표치 등의 경영계획서를 냈지만 이후 국내 경기가 급속히 침체되면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며 “금융 공기업과 당국 간 경영계획 및 평가 수정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용태 한나라당 의원도 “금융당국에서 중기지원 등을 요구해도 시중은행은 꿈쩍도 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원업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국책은행의 부담요인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며 “수익성 배점 조정 등을 통해 국책은행의 리스크를 없앨 수 있는 방안이 조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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