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1일(한국시간) 미국 주식시장에서 금융안정대책에 실망, 투매현상이 벌어진 점을 주의 깊게 바라봤다. 금융위원회의 한 핵심 당국자는 “미국이 발표한 민간 합동 펀드 조성에 시장이 실망한 것은 민간자금을 끌어들일 만한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펀드로 민간자본을 유치하려면 안정적 수익률과 손실이 일어났을 때 정부 보증 등 여러 카드가 제시돼야 하며 이를 위한 다양한 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처럼 윤증현 경제팀은 금융시장안정대책을 마련하면서 은행의 자본확충과 구조조정작업에 민간자금을 최대한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당장 민간 합동으로 은행 자본확충을 도와줄 은행자본확충펀드가 이르면 다음주 공식 출범하고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 정부는 또 부실기업 인수합병(M&A) 등 기업 구조조정을 전문으로 하는 민관 합동 자본시장펀드도 추진한다는 계획 아래 세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이들 펀드의 성공적 운영과 안착이 요구되는데 핵심은 500조원이 넘는 시중 부동자금을 어느 정도 끌어들이냐는 것.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공공재원은 한계가 있다. 핵심은 민간자본”이라며 “펀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민간자본으로부터 호응을 이끌어낼 방안을 짜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부동자금 얼마나 끌어들이냐가 성패 가늠=다음주부터 본격 가동되는 은행자본확충펀드는 공공재원과 민간재원을 활용해 운영된다. 우선 은행들이 자본확충을 요청하면 한국은행과 산업은행, 그리고 민간으로부터 자금을 모아 충당하는 방식이다. A은행이 총 2조원의 자금이 필요하고 세부 방안으로 후순위채를 발행한다고 신청하면 공공과 민간이 이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자본확충펀드를 단계적으로 확대, 총 20조원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한국은행이 10조원, 산은이 2조원, 그리고 40%에 해당하는 나머지 8조원은 민간에서 유치할 계획이다. 산은 출자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서준다. 기업 구조조정용 자본시장펀드도 핵심은 민간자본 유치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펀드가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최소 10조원 이상은 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캠코 등 공공기관이 일부 출자하고 나머지는 민간으로부터 충당한다. 민관 출자비율 등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상당 부분은 민간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 수익률에 ‘알파 수익률’ 보장=펀드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뭐니 뭐니 해도 안정적인 수익률이 관건이다. 은행자본확충펀드의 경우 민간자본에는 확정이자를 지급할 계획이다. 이자는 상품 구성별로 차이가 있다. 후순위채를 매입한다고 가정했을 때 현 이율(6~7%대)보다 다소 높은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시장펀드의 경우 수익률 제고를 위해 정부는 양도소득세 면제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대상에 올려놓고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시중 자금이 정부 뜻대로 펀드에 관심을 가져줄지는 미지수다. 시중 자금이 주식형이나 채권형 펀드 등으로 가지 않고 초단기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몰리고 있는 게 요즘의 현실. 때문에 다음주 출범할 은행자본확충펀드가 확정수익을 제시해도 민간에서 대번에 관심을 가져줄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앞으로 만들어질 자본시장펀드도 양도소득세 등 세금을 감면해도 부실기업이나 채권 인수 과정에서 최악의 경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정부가 미분양 펀드에 세제 혜택까지 제시하면서 당근책을 내놓고 있지만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정부의 한 핵심 당국자는 “민간자금을 얼마나, 그리고 효과를 발휘하면서 펀드에 유입하느냐가 새 경제팀 출범 이후 성패를 가늠할 첫 열쇠가 될 것”이라며 “11일 벌어진 미국식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최대한 세밀한 방안을 도출해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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