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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성폭행하고 '합의 안한다' 방화

서울고법 "죄질이 극히 나쁘다" 징역 20년 선고

정신장애가 있는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뒤 피해자측이 합의에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집에 불을 질러 친척들마저 숨지게 한 6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석호철 부장판사)는 24일 1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친척 거주지에 불을 질러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63)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나이 어린 피해자가 정신장애가 있음을 이용해 성폭행했을 뿐 아니라 합의해 주지 않자 앙심을 품고 불을 질러 친척 2명을 숨지게하는 참혹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죄질이 극히 나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지 않고 있어 생명을 박탈하거나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키는 형을 고려할 정도이지만 범행을 치밀하게 은폐하기 위해서가 아닌 홧김에 방화를 했다는 점을 양형에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2003년 9월부터 이듬해 말까지 정신지체자인 A(여.당시 18)씨를 3차례 성폭행했고 작년 1월 A씨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같은 달 말 경찰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은 김씨는 A씨의 모친과 외할머니 L(64)씨를 수차례 찾아가 합의해 달라고 사정했지만 거절당하자 철물점에서 시너 2통을 구입해 L씨가 거주하고 있는 구멍가게를 찾아갔다. 김씨는 유리창을 깨 가게 문을 열고 시너를 뿌린 뒤 불을 질렀고 방 안에서 자고 있던 L씨와 친손녀(당시 8세)가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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