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로펌 승소율 순위에서 중소형 로펌이 강세를 보여 그 배경이 주목된다. 또 소송건수뿐만 아니라 분야별 수임 상위랭킹에 있어서도 이른바 빅5로 꼽히는 대형로펌보다는 낮선 이름의 중소형 로펌들이 주를 이뤘다. 이 같은 결과는 이들 중소형 로펌들이 특정 고객선을 확보해 소액 사건을 대량으로 수임하는 ‘소액대량 수임’을 하거나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없는 대여금 관련 소송을 주로 맡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높은 승소율 비결은= 지난 2년간 수임건수 1,000건 이상 로펌중에서 승률 1위를 차지한 곳은 삼일, 대일, 동산, 해마루종합순이다. 이들은 80~90%에 이르는 놀라운 승률을 보였다. 그 이유로는 대부분 이렇다 할 변론이 필요없는 금융기관의 소액소송을 대량으로 맡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금융기관의 대여금 청구나 보증기관의 구상금 청구 소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사건들은 금융기관이 개인이나 법인 등에 돈을 빌려주고 제때 못 받을 때 채무자를 상대로 내는 채무변제 민사소송으로 사실관계가 명확하고 쌍방간의 다툼이 없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승소는 따놓은 당상이다. 말이 소송이지 사실은 채무 강제변제 이행의 법적 효력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에 다름아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몸담았던 해마루는 금융기관의 소액 대량 소송을 떠맡으면서 지난 2년간의 승률이 81.2%에 달했다. 해마루소속 한 변호사는 “한달에 100건 정도 금융기관의 구상금 및 대여금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들 소송은 정형화해 있기 때문에 대부분 변론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해마루의 주요 고객은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등이다. 이들 로펌은 이들 소액 대량소송의 잡다한 서류를 일괄적으로 처리해주고 해당 금융기관에 대한 각종 법률자문 상담을 충실히 해주는 등 관련 서비스 강화를 통해 서비스 판로를 개척 및 확대하고 있다. 승률 1위를 기록한 대구 소재 로펌인 삼일도 금융기관 대여금 및 구상금 청구 소송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삼일의 한 변호사는 “금융기관 지점 등에서 대량으로 대여금 청구소송을 맡고 있다”며 “승률 상위 로펌은 전부 다 이 같은 소송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이분야 만큼은 내가 1등” = 민사분야에서 수임건수 1위를 차지한 ‘법무법인 푸른’은 지난 2년간 민사ㆍ상사분야에서 각각 1만8,803건, 311건을 수임했다. 민사 수임사건의 상당수는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은행 등으로부터 수임한 ‘소액대량’ 소송이다. 푸른은 설립초기부터 이들 금융기관과 고문계약을 맺어 계속적으로 거래를 해오고 있다. 안정적 거래처를 확보한 셈이다. 푸른의 한 관계자는 “금융기관들은 다른 회사에 비해 수임료를 ‘짜게’ 책정한다”며 “전관 보다는 실력있는 젊은 변호사들이 다수 포진 서비스 비용을 낮춰온 것이 금융기관을 단골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형사분야에서 1위를 차지한 법무법인 원일은 울산 소재 로펌이다. 총 5명의 변호사가 소속돼 있는 이 로펌은 98년 울산지검 부장검사로 퇴직한 최상관 변호사가 이끌고 있다. 이 로펌은 울산에 이른바 로펌 형태를 갖춘 곳이 총 4곳에 불과해 비교적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지역 형사사건을 싹쓸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밖에 지적재산권 분야에서는 지재권 전문법인인 KCL, 행정분야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호를 맡았던 화우가 수임건수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승소율과 수임건수가 로펌 ‘실력’의 직접적인 척도가 되기는 힘들다는 게 변호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변호사는 “한 사건이라도 수임액이 크고 복잡한 사건과 구상금 청구소송과 같이 소액의 손쉬운 사건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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