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찬. 화이트와인인 메종 르로이 부르고뉴 블랑의 '플뢰르 드 빈느(사진)'와 레드와인인 도미니오 드 핑구스의 '핑구스 PSI 2011' 와인이 식탁에 올랐고 만찬장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했다. '소수추(근심을 쓸어버리는 빗자루)'라고도 불리는 한 잔 술이 돌면서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연회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이다.
만찬주는 각국 정상들이나 주요 인사들이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연회에 꼭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뜻하지 않게 경직될 수 있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서로가 마음을 열고 소통할 수 있는 '윤활유' 역할을 해 정식 회의 뒤 만찬 자리에서 빠지지 않는다.
특히 품격있는 자리에 어울리는 최고의 상품이라는 점을 인정받고 자연스럽게 제품을 알릴 수도 있어 주류 업체들은 '만찬주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와인이나 전통주 등 자사 상품이 만찬주나 건배주로 등장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판매증대 효과도 뒤따른다.
실제로 한중 정상 국빈만찬에 오른 플뢰르 드 빈느와 PSI 2011은 백화점 등 주요 매장에서 순식간에 동이 났다. 1월 삼성그룹 신년 사장단 만찬에 사용되면서 '삼성 만찬주'라는 별칭을 얻은 '백련 맑은 술'과 '자희향'도 당시 생산물량이 모두 소진되는 등 품귀현상이 빚어졌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이번 한중 정상 만찬 식탁에 오른 와인은 모두 가격이 10만원대 초반으로 통상 국빈만찬에 초고가 와인이 오르는 관례를 깼다"며 "좋은 품질의 대중화된 와인들이 만찬주로 선택되는 게 최근 추세여서 일반인들도 큰 부담 없이 구매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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