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많이 풀리면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 경제원리다. 아파트 시장도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 지역의 아파트가격이 급등한 것은 주택담보대출이 그 지역에 많이 풀렸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현재 국내 7개 시중은행과 기업은행ㆍ농협ㆍ수협 등 10개 은행이 서울 강남과 서초ㆍ송파 3개구에서 실시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22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10개 은행의 강남 3구 지역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03년 말 13조7,000억원에 불과했으나 2004년 말 17조5,000억원, 2005년 말에는 21조1,000억원으로 갈수록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말에서 올 5월 말까지 2년5개월 사이에 집을 담보로 한 대출이 무려 9조1,000억원(66.4%) 늘어났다. 엄청난 은행돈이 강남 3개구에 유입되면서 그 힘으로 강남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특히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은행 등 ‘빅4 은행’의 경우 강남 3구 지역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16조6,000억원으로 이들 은행의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 105조7,568억원의 16%에 달했다. 이는 서울 강남 3구 지역의 인구 비중이 전국의 3.1%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전국 평균의 5배 정도로 대출 재원의 강남 편중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집중적인 부동산억제책으로 강남 아파트 가격이 급락할 경우 시중은행의 부실이 커지고 이른바 ‘강남발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이 서울 강남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실수요도 물론 있겠지만 부동산 값 상승을 노린 투기적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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