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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적 내면에 고뇌하는 불행한 작가의 삶 그려

영화 '카포티'<br>논픽션 '냉혈한' 창작 과정 영화로 호프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받기도




“작가는 슬픔에 굴복해서는 안되며 언제나 의연하게 자신과 타인을 관찰해야만 한다.” 러시아의 대문호 투르게네프의 말이다. 하지만 그의 말을 실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세상을 치열하게 관찰하고 때로는 세상에 감정적으로 동화하기도 해야 하는 작가들의 삶은 많은 정신적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들은 스스로를 불행한 존재라 칭하고는 한다. 그토록 작가적 삶에 결연한 의지를 보이던 투르게네프도 결국엔 ‘작가는 어쩔 수 없이 불행한 존재’라고 고백하지 않았는가. 영화 ‘카포티’는 이렇게 불행한 작가의 삶을 보여주는 영화다. 트루먼 카포티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원작자로 유명한 미국 작가. 영화는 카포티가 논픽션 소설 ‘냉혈한’을 창작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소설 ‘냉혈한’은 1959년 캔자스 주에서 실제로 일어난 살인사건을 추적해 나가는 작품. 세계 최초의 논픽션 소설로 불리며 20세기 최고 논픽션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영화는 성공한 작가 카포티가 일가족 4명이 살해된 끔찍한 살인사건에 관심을 가지면서 시작된다. 그는 이 사건에 주목하고 소설로 쓰기로 결심한다. 이후 영화는 카포티가 소설을 쓰기 위해 사건을 취재하고 살인범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일련의 과정을 담는다. 그 가운데서 그는 살인범들과 인간적 교감을 하기도 하고 작가적 욕심을 위해 그들을 기만하기도 하는 이중적 면모를 보인다. 그리고 그런 이중성으로 인해 그는 조금씩 파멸해 간다. 트루먼 카포티는 작가로서 비범한 재능을 가진 인물. 하지만 인간적으로는 오만하면서도 열등감에 가득 차 있는 사람이다. 영화는 소설을 완성하려는 작가적 욕심과 살인범들을 기만한데서 오는 인간적 양심 사이에서 고뇌하는 카포티의 복잡한 면모를 담아낸다. 카포티는 ‘냉혈한’을 완성한 후 더 이상의 작품을 내놓지 못한 채 알코올 중독에 빠져 인생을 마감했다. 영화는 그렇게 파멸해가는 한 작가의 모습을 관객들과 함께 대리체험하고 있다. ‘미션 임파서블3’에서 톰 크루즈와 대결하는 악역 ‘오웬 데비언’역을 맡았던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은 연약한 남자 카포티를 완벽히 재현해 냈다. 가늘고 고음인 목소리, 항상 불안해 하는 표정 등이 호프만의 연기를 통해 생생하게 살아난다. 복잡한 인물의 면모를 잘 표현한 덕분에 호프만은 2006년 아카데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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