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호주머니 사정을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5년 만에 최악의 상태로 빠져들었다. 고유가와 물가상승으로 경제가 성장해도 국민의 실질 소득은 줄었다는 의미로 그만큼 서민들의 체감경기가 예상보다 싸늘한 상태라는 얘기다. 이로써 소비위축에 따른 내수침체와 경기부진이 심화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008년 1ㆍ4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1ㆍ4분기 실질 GNI는 전분기보다 1.2% 감소했다. 실질 GNI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1ㆍ4분기(-0.8%) 이후 1년 만이다. 특히 감소폭은 2003년 1ㆍ4분기(-1.6%) 이후 5년 만에 최대다. 실질 GNI 증가율은 지난해 2ㆍ4분기 2.0%, 3ㆍ4분기 1.5%, 4ㆍ4분기 0.2%로 계속 악화돼왔다. 한은은 유가급등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 무역손실 규모가 큰 폭으로 커져 실질 국민소득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수출로 버는 돈보다 수입으로 나가는 돈이 더 많아 국민이 손에 쥐는 소득이 줄었다는 얘기다. 문제는 가뜩이나 물가상승으로 호주머니가 얇아지는 상황에서 실제 소득마저 감소함에 따라 국민들이 지갑을 닫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소비위축은 기업들의 투자감소와 고용위축을 낳아 결국 한국경제는 내수부진ㆍ성장둔화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 같은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1ㆍ4분기 중 민간소비는 전분기보다 0.4% 증가해 2004년 3ㆍ4분기(0.3%) 이후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한은의 속보 집계치보다 0.2%포인트 하향된 수치다. 설비투자(-0.4%)와 건설투자(-1.4%) 역시 속보치보다 0.3%포인트, 0.4%포인트씩 추가 하락해 기업 투자심리가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 같은 소비와 투자 부진 여파로 내수가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도 전분기 1.1%포인트에서 -0.1%포인트로 돌아섰다. 내수가 성장률을 깎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2004년 3ㆍ4분기(-0.1%포인트) 이후 처음이다. 김필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세계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위축된 투자 및 소비 심리가 유가급등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내수부양을 위한 단기대책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고 일단 물가부터 확실하게 잡아 서민들의 체감경기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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