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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리 의식' 돋우는 약어마케팅 붐

『H.O.T는 신세대 인기그룹 이름인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지만 『뜻은?』 하고 다시 물으면 거의 전멸일 것같다. TTL, T22N, YEPP으로 넘어가면 이제는 정말 머리가 복잡해진다.이들 단어는 딱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브랜드라는 점이다. 요즘 뜻모를, 뜻도 없는 약어 형태의 브랜드전략이 유행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주로 젊은이를 대상으로, 그들만의 취향에 부합하는 특성을 보인다. 좋아하는 것이면 아낌없이 쓸 수 있는 이들 소비계층을 염두에 둔 새로운 형태의 브랜드마케팅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TTL이 무슨 뜻인지 알려고 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오히려 그런 노력은 구세대의 낡고 고정된 사고방식이라는 핀잔을 들을 수 있다. TTL은 정해진 뜻이 없다. 스스로의 취향 대로 붙일 뿐이다. 사랑할 때(TIME TO LOVE), 20대의 인생(THE TWENTY'S LIFE)등이 그것이다. TTL은 SK텔레콤이 새로 만든 이동전화서비스의 이름이다. 이 회사가 서비스하는 스피드011과 같은 개념이다. 타깃은 철저하게 젊은층이다. TTL 회원이 되면 그들만의 카드, 그들만의 아지트, 그들만의 휴대폰 등이 가능해진다. 이런 것들이 모두 모여 TTL을 형성하고 이들은 독립돼 남들과 다른 그들만의 세상을 만든다. T22N은 티투엔으로 읽는다. 타깃인 10대를 의미하는 「TEEN」이라는 단어에 알파벳 「E」 대신 발음이 같은 숫자 2를 두개 넣었다. 21세기에 20대가 되는 세대임을 가리킨다. T22N은 사실 알고 보면 별 것도 아니다. LG정보통신이 만든 이동전화 단말기 이름이다. TTL 전용이라는 점만 특이할 뿐이다.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TTL서비스니만큼 단말기도 그들만을 위한 단말기가 따로 있어야 된다는 논리에서 출발했다. 이 단말기는 플립 커버를 여러 색깔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제품 하나에 커버를 3개 주기 때문에 한대로 몇대의 개성을 연출할 수 있다. YEPP(YOUNG ENERGETIC PERSONAL PASSIONATE)은 굳이 해석하자면 개인용 젊은 에너지 충전기다. 하지만 이 기계를 만든 삼성전자는 그저 「옙」으로 불리기를 더 바란다. 미국 사람들이 예스(YES)와 비슷한 뜻으로 쓰는 옙(YEP)을 염두에 둔 브랜드다. MP3플레이어인 옙은 광고에서도 별다른 설명없이 옙만 외치다 끝맺는다. H.O.T는 물론 뜨겁다는 뜻이 아니다. 「HIGH FIVE OF TEENAGER」의 약자로 10대 만세, 10대의 승리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H.O.T가 인기를 끌자 음료수, 화장품 등에서 이름을 빌려 쓰고 있다. LG생활건강이 H.O.T음료수를 내고 있으며 한불화장품이 「H.O.T WITH PERFUME」이라는 향수를 팔고 있다. 둘다 젊은 층이 타깃이다. 젊은이들에게는 그들만의 영역이 있다. 기업은 이제 그들의 언어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TTL은 그들의 공간에도 스며들고 있다. 앞으로 기업이 그들의 어느 부분을 침투해갈지 관심거리다. /한기석 기자 HANKS@SW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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