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계에 따르면 대한전선의 주채권 은행인 하나은행을 비롯한 11개 채권은행들은 총 4,300억원에 이르는 대한전선 협조융자 중 한도대출(크레디트라인) 1,500억원을 당초 계획보다 수개월 앞당겨 이달 말께 일괄 지원하기로 했다.
최근 실시한 대한전선 실사에서 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2배 이상 높다는 결론을 내리고 조기 지원을 결정했다는 게 채권단의 설명. 채권단은 대한전선 실사에서 '안정적인 영업구조와 전선업의 펀더멘털이 탄탄하다'고 평가했다. 대한전선이 올 들어 미국ㆍ러시아ㆍ호주ㆍ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1만1,500만달러 규모의 수주에 성공한 점도 긍정적으로 반영됐다.
이로써 채권단은 대한전선 회생의 최대 관건인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대한전선은 이달 말 이사회를 열어 유상증자를 결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주가가 기대보다 낮다는 점이 채권단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한전선 주가는 할인율을 적용한 유상증자 발행가인 2,500원보다 조금 높은 3,000원 수준에 불과하다.
유상증자가 잘 마무리되면 대한전선의 재무 상태도 한결 나아져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의 차환 발행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채권단은 판단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이 협조융자 이자율을 내리는 등 대한전선을 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유상증자가 성공해 자본확충만 된다면 시나리오대로 흘러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앞서 채권단은 지난 2월 초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유동성 문제에 봉착한 대한전선과 자율협약 형태의 경영정상화 이행약정을 맺고 총 4,300억원 규모의 협조융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당시에는 상반기까지 2,800억원을 순차적으로 지원하고 나머지 1,500억원을 이자상환용 한도대출로 하반기에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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