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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대규모 ‘사자’ 공세 600 앞두고 공방 예상
입력2003-04-11 00:00:00
수정
2003.04.11 00:00:00
김정곤 기자
`고맙다, 기관!`. 기관 투자가들이 11일 주식을 대규모로 사들이면서 그 동안 관망세로 일관하던 기관의 매매 패턴에 변화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일고 있다.
기관이 본격적인 순매수에 나설 경우 박스권에 갇혀 있는 최근의 종합주가지수 수준이 한단계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기관들의 매매는 `기관 랠리`를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활발하고 강했다. 은행을 제외한 투신ㆍ보험ㆍ기금ㆍ증권 등 기관의 모든 매매 주체들이 주식을 사들이며 개인과 외국인의 매물을 모두 받아냈다. 기관의 이날 순매수 규모는 1,962억원. 특히 투신은 1,096억원 어치나 사들였다.
이에 힘입어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보다 5.24포인트 오른 582.97포인트를 기록, 이틀 연속 반등세를 이어갔다. 개인과 외국인의 매도공세로 장 후반 들어 상승 폭을 줄였지만 장 중 한때 19포인트까지 오르며 600선 돌파를 시도하기도 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라크 전쟁에 이어 북한 핵, 카드채 문제 등 그 동안 시장을 전방위로 압박했던 악재가 해소될 조짐을 보이자 기관들이 그 동안 비워놓았던 펀드 내 주식 편입 비중을 다시 늘리기 시작했다고 풀이했다. 기관의 매수세가 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순매수 전환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는 전문가들이 많다. 경기와 기업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다 또 다른 매수 주체인 외국인이 매도 우위의 매매패턴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기관의 이날 순매수 역시 펀더멘털보다는 가격 메리트에 따라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에 600선이 넘어가면 적극적으로 주식 비중을 늘리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도 일단 600선을 둘러싸고 치열한 매매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를 뚫고 올라서면 중장기 추세선인 12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620선에서 다시 저항을 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매수주체로 부상한 기관=기관들은 이날 그 동안 주식 비중을 줄여 놓았던 금융업종 중심으로 대규모 순매수에 나섰다. 전체 매수금액의 3분의1 규모인 658억원을 금융주를 사들였고 전기전자 415억원, 통신 258억원 등을 사들였다.
이 같은 기관 매수세에 힘입어 국민은행이 4.29%, 조흥은행 10.65%가 오른 것을 비롯해 우리금융ㆍ신한지주ㆍ한미은행 등 대부분의 은행주가 올랐다. 증권주 가운데는 삼성증권, 보험업종은 삼성화재와 현대해상화재 같은 업종 대표주의 상승 탄력이 컸다.
전문가들은 기관이 연초 이후 주식 비중을 계속 줄여왔기 때문에 펀드 수익률 등을 고려해 더 늦기 전에 주식 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즉 가격 메리트가 있는 지수대인 500선에서 주식을 사들이지 못할 경우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지수(Index)추격 매수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분석팀 과장은 “기존 악재들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며 “기관들이 그 동안 줄여왔던 주식 비중을 다시 늘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기관 매수세 지속여부는 외국인이 관건=그러나 시장이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매수세가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기관이 600선에서도 이번처럼 적극적으로 살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악재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관의 적극적인 매수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수 500선이면 주식이 충분히 싸고, 살수 기회라는 판단에 기관이 적극적인 배팅에 나섰지만 지수가 올라갈수록 가격메리트가 줄어드는 만큼 주식 비중을 늘리는데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낄 것이란 지적이다. 이춘수 대한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그 동안 주식 편입 비중이 낮았던 일부 투신사들이 주식 편입 비율을 높인 것이 이날 순매수 증가로 이어졌다”며 “대부분의 투신사들은 현재 주식편입 비율이 높아 신규 매수보다는 교체 매매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외국인이 여전히 매도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시장은 물론 기관의 순매수전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외국계 증권사 브로커는 “북한 핵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외국인들은 여전히 한국시장을 리스키(risky)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인들은 이날도 741억원을 순매도하며 3일 연속 매도우위를 보였다.
◇실적우량주 중심의 대응을=외국인이 보수적인 입장에서 관망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기관 매수세도 600선을 넘어가면 한풀 꺾일 것으로 보여 반등을 이어가도 620선 안팎에서 저항을 받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에 앞서 600선 돌파를 위한 매매공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600선 안팎에서는 개인들의 차익실현 욕구가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날도 개인들의 매도공세로 상승 폭이 장 후반 크게 줄어들었다.
따라서 공격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시세 탄력이 커지고 있는 실적 우량주 중심의 매매를 국한하는 모멘텀 플레이가 필요해 보인다. 김기환 플러스자산운용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그 동안 기관의 로스컷(손절매)이 집중됐던 금융주에 관심을 높이고 중기적으로는 현금 흐름이 좋고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보이고 있는 종목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즉 절대 주가 수준이 낮으면서 시장 모멘텀이 살아 있는 종목 중심으로 매매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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