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쥬얼리와 예물 시계의 대명사 까르띠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짝퉁 밀수 1위를 차지하며 '3초 시계'로 전락한 데다 예물 커플 시계의 이미지가 강한 탓에 급성장중인 남성 럭셔리 시계 시장에서 하이엔드 브랜드로 끼어들지 못하고 있어서다.
10일 럭셔리 업계에 따르면 짝퉁 백의 범람 등 '3초 백' 오명을 뒤집어 쓰며 명품 반열에서 매스티지 브랜드(대중 브랜드)로 일찌감치 탈락한 루이비통에 이어 까르띠에 역시 최근 카피 제품이 쏟아지며 '워너비 시계' 대열에서 이탈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관세청이 내놓은 '2015년 상반기 밀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까르띠에의 짝퉁 제품 밀수 금액은 2010년 31억원에서 매년 급증하더니 올들어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인 260억원어치로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다. 까르띠에가 시계 부문 불명예 1위에 등극함으로써 희소성 있는 프리미엄 가치를 유지해야 하는 럭셔리 브랜드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처럼 까르띠에 짝퉁이 넘쳐나면서 희소성이 바닥에 떨어진 점은 까르띠에가 수 천만원대의 라인업을 갖춘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로의 입지를 굳히려는 전략의 가장 큰 방해 요소로 작용한다. 각종 포탈사이트·SNS 등 온라인 시장과 동대문·이태원 등 오프라인 시장에서 까르띠에 짝퉁 시계의 가격은 최저 1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까르띠에가 예물 커플 시계라는 이미지로 굳어 있는 점도 남성 시계 시장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럭셔리 시계의 주요 소비층인 남성들의 경우 여성스럽고 섬세한 느낌의 까르띠에보다 남성미가 강하고 기능을 강조한 다른 럭셔리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명품 브랜드 관계자는 "까르띠에의 인기 제품이 주로 예물이나 1,000만원 이하의 가격대에 머물고 있어 브랜드의 고민이 큰 것 같다"며 "현 이미지를 탈피하고 초고가의 하이엔드 카테고리에서 승부를 걸기에는 아직까지 힘에 부쳐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와관련, 까르띠에는 뒤늦게 VIP 남성 고객을 잡기 위해 지난 4~5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아이디원·아이디투 등 최초의 콘셉트 시계를 포함한 80여점의 전시회를 열었다. 국내 처음으로 콘셉트 시계를 공개하며 기술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임을 홍보하는 등 이미지 전환과 남성 고객 유인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까르띠에가 제시하는 하이엔드급 시계 가격은 3,000만원 선. 업계에서는 이 정도 가격이면 IWC·위블로·롤렉스 등을 웃돌며 파텍필립·바세론콘스탄틴 등 최고급 시계의 저가 라인도 구입 가능한 수준인 만큼 같은 가격에 까르띠에 보다는 다른 라이벌 브랜드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개인 사업가 정모씨는 "까르띠에 남성시계를 수천만원씩 주고 살 바엔 누구나 남자의 로망인 파텍필립 등을 선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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