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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의 발목 잡아선 안 된다
입력2003-03-09 00:00:00
수정
2003.03.09 00:00:00
오철수 기자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싸고 북ㆍ미, 한ㆍ미관계에 갈수록 난기류가 쌓여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경제상황마저 총체적인 위기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한국 경제는 그 동안 투자와 생산의 침체 속에서 수출과 내수의 호조에 힘입어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으나 올들어 수출과 내수마저 크게 위축되고 있다. 무역수지가 2개월째 적자를 기록했고,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섰다. 가계 빚은 천정부지로 올라가 이미 내수는 한계에 와 있고, 제2의 금융위기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라크사태로 인한 국제유가의 상승으로 국내소비자물가는 올들어 두달 새 벌써 1.2%가 올랐으나 막상 중동에서 전쟁이 터진다면 물가대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저성장ㆍ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다. 이처럼 현저한 기초체력 약화현상이 경제의 체온계인 증시에 반영돼 거래소 종합지수가 속락 중이고, 코스닥 지수는 사상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정책의 안정성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정책이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정부 기관 간의 일시적 호흡불일치 현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엇박자가 심각하다.
튼튼한 한ㆍ미관계는 튼튼한 경제의 초석이다. 그러나 북한핵에 관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한ㆍ미간의 엇박자만 심화시키고 있다. 경제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은 노무현정부의 핵심적인 경제정책이다. 물론 노대통령은 경기상황에 불문하고 지속적인 개혁을 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개혁의 범위와 속도를 조정하겠다는 말도 했고, 지난주말 참여정부 국정토론회에서는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개혁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금이야 말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할 시점임에도 현실은 그것과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 엇박자는 말에서 그치지 않고, 법인세율 인하문제나 가계대출문제, 재벌개혁문제 등 정책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기업의 투자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법인세율 인하 방침을 밝히자 노 대통령은 조세형평성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개혁을 명분으로 재벌기업의 내부거래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검찰수사는 시민단체의 해묵은 고발사건에 기초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인사파동과 공정거래위원장 및 금융감독위원장 인사문제에서 나타난 것은 새 정부의 체제가 정비되지 못했다는 점과, 정부개혁이 더 시급하다는 점이다. 정부개혁에 쏟아지는 국민들의 요구를 돌리기 위해 민간에 화살을 겨누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재벌개혁은 시기와 방법을 달리해서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는 과제다. 지금은 기업인을 뛰게 해야 할 때이지 결코 발목을 잡을 때가 아니다.
<오철수기자 cs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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