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외국인들이 국채선물을 대거 내다팔면서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장기투자 수단인 국채 현물시장에서는 아직 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선물시장에서 매도 물량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앞으로 시장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유로존 이슈로 원ㆍ달러 환율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당분간 국채선물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일 선물시장에서는 외국인투자자들이 3년 만기 국채선물을 8,736계약(9,081억원) 순매도했다. 순매도 규모로는 지난 7월29일(1만1,763계약) 이후 두달 만에 최대치다. 외국인들은 지난 15일 이후 나흘 연속 국채선물을 순매도하면서 매도 강도를 높이고 있다. 외국인들은 이날 포함 지난 4거래일간 국채선물을 1만7,863계약(1조8,648억원)이나 팔아치웠다. 최근 외국인들이 국채선물을 서둘러 처분하는 것은 유럽 신용경색에 따라 글로벌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이들의 달러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그리스 디폴트 우려와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이들의 자금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 보다 환율 상승 속도가 더 빨라 실질이자율 하락에 따른 채권가치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는 점도 국채선물 매도의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무엇보다 국채선물의 경우 매매규모가 큰 현물에 비해 거래가 쉽다는 점에서 외국인들의 1차 채권 자금 이탈 창구로 부상하고 있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원은 “하루 국채선물 매도량이 9,000계약에 육박하는 것은 외국인들이 극단적으로 투매를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선물의 경우 국채 현물 보다 단기적인 시장 전망을 반영하는 만큼 외국인들의 매도세를 더 자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상당수 증시전문가들은 유로존 관련 악재가 완전히 수면 아래로 내려가기 전까진 당분간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도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이들이 선물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상당히 높인 데다가 부족한 달러 자금 수요를 채우기 위한 단기 자금조달처를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박태근 한화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입장에서 달러 자금 조달이 안 좋아지면 채권시장의 단기 투자 수단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며 “유럽 신용경색의 구름이 어느 정도 지나가기 전까진 국채선물 매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다만 증시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아직 국채 현물시장에서까지 본격적으로 발을 뺄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와 유럽 정책 공조 등 추후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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