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없이 소화기관 내벽 본다<br>日업체 캡슐 측면에 카메라 위치 ‘사야카’ 개발…8시간동안 87만장 사진찍어 장 이상유무 관찰<br>동영상 파일로 변환 영화보다 선명하게 재생도…이달 美서 임상실험…연내 상용화 가능할듯
| 사야카는 360도 회전이 가능한 카메라를 장착, 소화기관 내벽을 사각 없이 촬영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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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구자석 [2] 전자석 [3] 조명용 백색 LED [4] 조명용 형광 LED [5] 외부캡슐 [6] 내부캡슐 [7] 이미지센서 [8] 컴퓨터 프로세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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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약처럼 먹는 캡슐 내시경은 환자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소화기관 내부를 속속들이 살펴볼 수 있는 신개념 의료기기다. 하지만 기존 캡슐 내시경의 경우 카메라가 캡슐의 끝부분에 위치, 의사들이 실제 보고 싶어하는 내장(內臟)의 내벽은 면밀히 관찰하기 어려웠다. 일본 RF시스템 랩사의 ‘사야카(Sayaka)’는 이 같은 문제를 완벽히 해결한 차세대 캡슐 내시경이다. 카메라가 측면에 있어 조직 내벽을 정면에서 촬영할 수 있는 것. 이 카메라는 또한 360도 회전이 가능해 사각지대도 없다.
■ 알약처럼 먹는 캡슐 내시경
최근 들어 기존의 유선 내시경을 대체할 차세대 주자로 캡슐 내시경이 각광 받고 있다.
캡슐 내시경이란 알약 크기의 캡슐에 초소형 카메라를 장착한 것으로 내시경 검사를 하는 장비를 말한다. 이 캡슐 내시경을 환자에게 복용하게 하면 음식을 먹었을 때와 동일한 경로로 소화기관을 따라 내려가며 인체 내부의 모습을 촬영해 제공한다.
크기가 작은데다 무선으로 가동되기 때문에 유선 내시경과 달리 환자가 고통 없이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 특히 길이가 6~7m에 이르는 반면 통로는 매우 좁아 유선 내시경 진입이 어려운 소장(小腸)의 경우 캡슐 내시경이 최적의 진단법으로 부각되는 추세다.
하지만 이 같은 캡슐 내시경에도 한계는 있다. 유선 내시경과 마찬가지로 캡슐 내시경 또한 카메라가 캡슐 끝부분에 부착돼 전방의 이미지만 볼 수 있다. 결국 식도ㆍ위(胃)ㆍ장(腸) 등 소화기관의 내벽은 카메라가 찍은 사진의 가장자리를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내벽의 주름에 가려 그늘진 부위는 카메라 앵글에 잡히지도 않는다. 의사들이 환자의 질환을 정확히 판단하고 치료하려면 무엇보다 내벽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해야 함에도 말이다. 일부 업체들이 광각렌즈를 채용해 내벽 촬영 능력을 보강한 제품을 개발했지만 이 또한 중앙부 이외의 주변 영상을 왜곡시키는 광각렌즈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사각을 없앤 회전형 카메라
일본 RF시스템 랩사가 최근 개발에 성공한 사야카’는 이 같은 난제를 해결한 차세대 캡슐 내시경이다. 실제 길이 23㎜, 직경 9㎜의 사야카가 보내오는 사진은 일반적 캡슐 내시경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진 전체가 아예 내벽의 모습이다. 물론 일그러지거나 흐릿하지도 않다. 내벽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촬영한 고해상도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사야카는 어떻게 이 같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비밀은 카메라의 위치에 있다. 캡슐의 끝이 아닌 중앙 측면에 카메라를 배치, 렌즈가 내벽을 마주보도록 설계한 것. 이에 따라 사야카는 마치 소화기관을 절개해 들여다보듯 뚜렷한 이미지를 제공한다. 해상도가 기존 캡슐 내시경의 2배인 200만 화소에 달해 내벽의 이상 유무는 물론 조직세포의 경도(硬度)까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야카의 카메라는 360도 회전이 가능하다. 단순히 내벽의 한쪽 부분을 찍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부위를 사각(死角) 없이 촬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혁신적인 회전기술은 내부캡슐과 외부캡슐로 분리된 이중캡슐 시스템, 그리고 내부캡슐 속의 전자석과 영구자석으로 이뤄진다. 즉 전자석에 전기를 흘려 극성을 바꿔주면 영구자석을 밀어내 카메라가 장착된 내부캡슐이 회전하는 방식이다.
마루야마 지로 RF시스템 랩 사장은 “사야카의 촬영속도는 1초당 30장이며 2초당 60도로 카메라가 회전한다”면서 “이에 따라 카메라가 1회전 하는 12초 동안 모두 360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캡슐 내시경이 1인치(2.5cm) 전진하는 데 2분이 소요되는 만큼 대장과 소장의 모든 내벽을 완벽히 촬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사진 통합, 동영상으로 재생
이렇게 사야카가 촬영한 사진들은 즉시 환자가 착용하고 있는 수신장치로 무선 전송되며 표준형 SD 메모리카드에 저장된다. 문제(?)는 약 8시간에 걸친 인체탐사 과정에서 촬영된 사진이 최대 87만장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이는 의사가 일일이 확인하기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양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RF시스템 랩에서 제공하는 이미지 모자이크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이 사진들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의사들은 SD 메모리카드를 PC에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소프트웨어가 알아서 모든 이미지를 연결시켜 시간대에 따라 분할된 30개의 비디오 파일로 변환해준다.
웬만한 영화보다 많은 초당 30프레임의 사진으로 구현된 탓에 영상의 품질은 두말하면 입이 아픈 수준이다. 해상도가 무려 1,175메가픽셀(11억7,500만 화소)에 달해 17인치 모니터를 기준으로 75배까지 확대해도 선명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질병이 의심되는 부분이 발견되면 이 부위를 클로즈업해 융털 하나도 놓치지 않고 주도면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모든 촬영 임무를 완수한 사야카는 대변과 함께 체외로 배출된다. 개당 단가가 100달러 정도여서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위생상의 이유로 1회용 소모품으로 제작되며 이를 회수해 재활용하지 않는다.
■ 조만간 임상실험 돌입
모든 캡슐 내시경은 카메라, 조명장치, 컴퓨터 프로세서 등의 작동을 위해 일정량의 전력공급이 필수적이다. 사야카도 마찬가지다. 내부장치 구동에 50㎿의 전력이 필요하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을까. 다른 모델처럼 초소형 배터리를 내장했을까. 아니다. 사야카의 중요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내장 배터리를 채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신 사야카는 외부에서 전기를 유도해 전달하는 ‘유도성 대전(induction charging)’이라는 기술을 활용, 필요한 전력을 공급한다. 이를 위해 환자들은 코일이 삽입된 조끼를 입어야 하는데 여기서 발생한 전기장이 시야카를 대전시켜 전류를 발생시킨다. 이는 겨울철에 어떤 물체를 직접 만지지 않았고 가까이 다가간 것만으로 정전기가 발생하는 것과 동일한 메커니즘이다. 전기장을 활용한 일종의 근거리 무선 전기 전송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마루야마 사장은 “내장 질환 탐지에 있어 캡슐 내시경이 유선 내시경은 물론 CT 조영술이나 MRI보다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미래의 캡슐 내시경은 사진촬영 기능에 더해 약물을 직접 투입하거나 레이저로 암세포를 제거하는 등의 치료능력을 보유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캡슐 내시경의 진단능력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한 사야카는 이달 중 미국에서 임상실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올해 내에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사야카의 작동 메커니즘
1. 복용
환자가 사야카를 복용하면 인체의 소화작용에 의해 식도를 지나 대장으로 향한다. 이때 환자는 '유도성 대전' 방식으로 사야카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코일이 삽입된 조끼를 입는다.
2. 촬영
대장에 도착한 사야카가 촬영을 시작한다. 백색 LED와 형광 LED는 내벽을 비춰 촬영을 돕는다.
3. 데이터 전송
촬영된 사진들은 환자의 조끼에 부착된 SD메모리로 무선 전송해 저장된다. 사야카는 8시간 동안 최대 87만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4. 동영상 재생
SD메모리를 PC에 연결하면 이미지 모자이크 소프트웨어가 각 사진들을 통합, 75배까지 확대 가능한 고화질의 비디오 파일로 변환한다. 의사는 이 동영상을 보며 질병 여부를 진단한다.
5. 체외 배출
장(腸) 여행을 마친 사야카는 대변과 함께 배출돼 변기 속으로 버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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