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규제 개혁으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자기자본을 이용한 기업신용대출과 해외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 사모펀드(PEF)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어 모험자본투자가 활성화할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자산운용사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를 폐지하고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종합금융투자회사의 신용공여한도를 자기자본의 200%까지 늘리는 규제개혁 방안을 10일 내놓았다.
방안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는 앞으로 NCR 규제 대신 자기자본 규제를 받는다. NCR는 영업용순자본을 총 위험액으로 나눈 수치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경영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NCR가 150% 이하면 경영개선권고, 120% 이하면 경영개선요구, 100% 이하면 경영개선명령을 받는다.
금융위가 자산운용사에 대한 NCR 규제를 철폐하는 것은 운용사가 고객자금을 수탁은행에 맡겨두고 운용만 하기 때문에 건전성 규제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그간 운용사는 NCR를 맞추려고 필요없이 자본금을 많이 유지해야 했다.
NCR 규제 폐지로 운용사는 해외진출의 길이 넓어졌다. 그동안 운용사의 해외 운용자산은 위험액으로 산정돼 NCR가 낮아져 해외진출이 어려웠다. 규제가 폐지되면 운용사는 자기자본을 이용해 해외 기업을 인수하거나 부동산을 투자하는 데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운용사의 자기운용펀드에 대한 투자기한도 사라진다. 운용사는 자기운용펀드에 대해 100억원 이내에서 1년간 투자하고 회수하게 돼 있다. 금융위는 해외진출에 장애요인이 된다고 판단해 회수기한을 폐지하기로 했다. 또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예치 대상에 신용위험이 낮은 우체국예금 등을 추가할 수 있게 하고 펀드 간 자전거래요건도 완화할 계획이다.
증권사의 투자은행(IB) 업무 여력도 두 배로 커진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회사(KDB대우증권·우리투자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현대증권)는 앞으로 기업 신용공여와 일반 신용공여를 각각 자기자본의 100%(총 200%)까지 할 수 있다. 현재는 자산 3조원 이상 대형 IB는 자기자본의 100% 이내에서 기업·일반 신용공여를 할 수 있었다. 신용공여란 자금을 빌려줄 때 담보 없이 상환능력을 믿고 대출을 해주는 업무다. 금융위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대형 IB가 달러와 위안화 등 외화자산으로도 대출과 지급보증을 하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일반 증권사 신용공여도 자기자본의 100%까지 늘리기로 했다. 현재는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로 일반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60%(온라인증권사 100%)까지 기업·일반 신용공여가 가능했다. 또 금융위는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대출을 영업용순자본에서 차감하지 않고 신용위험에 반영해 기업신용공여로 NCR가 하락하는 것을 막아 증권사들의 기업대출을 촉진할 예정이다.
사모펀드와 투자자문·일임업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꿔 모험자본도 활성화한다. 사모펀드가 종합자산운용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추가 자본 규모도 140억원에서 80억원으로 줄어든다. 기존에는 공모나 사모펀드가 종합자산운용사가 되기 위해서는 '증권(주식·채권)펀드업 40억원, 헤지펀드업 60억원, 부동산·특별자산펀드업 40억원 등 총 140억원의 자본이 필요했다. 앞으로는 사모펀드 20억원으로 시작해 증권펀드업 20억원, 부동산·특별자산펀드업 40억원 등 80억원의 자본으로 종합자산운용사가 될 수 있다. 다만 공모펀드운용업은 인가제가 유지되기 때문에 사모펀드는 증권펀드업 등 공모펀드를 추가하려면 당국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금융규제 개혁 방안은 우리 사회가 저성장 시대로 돌입한 것으로 보고 증권·운용사가 해외진출을 통한 이익 창출과 자산관리 강화로 가계수입 높이기를 하라는 것"이라며 "또 모험자본을 활성화해 시장에 활력을 넣겠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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