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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메신저] 감사 소요시간 매년 똑같다니… 후진국형 회계감사 여전하네

시간따라 추가비용 조정 안해… 투입인력 축소 등 부실 가능성

세월호 사고는 눈앞의 이득을 위해 소홀히 했던 것들이 부메랑이 돼 돌아온 슬픈 결과물이다. 회계감사도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기업과 사회 전체의 이익에 큰 보탬이 되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등한시할 경우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다. 과거 대우그룹과 SK글로벌의 분식회계를 비롯해 지난해 동양그룹 사태까지 부실한 회계감사가 얼마나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지 충분히 경험했다.

하지만 여전히 회계감사를 바라보는 기업들의 인식은 후진적이다. 올 1·4분기 LG이노텍(011070)의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외부회계감사법인인 삼일PwC의 회계감사 소요시간이 2012년·2013년·2014년 모두 5,400시간으로 동일하다. 매년 감사하는 내용과 규모가 달랐을 텐데도 감사에 투입되는 시간은 한 시간도 변함이 없었던 것이다. 삼정KPMG와 감사 계약을 맺은 SKC(011790)도 마찬가지다. SKC는 2013년과 2014년 감사 총 소요시간이 4,400시간으로 같다. 심지어 이들 기업은 이제 막 1·4분기가 지났음에도 연간 감사 소요시간을 전년과 같게 추정해 기재했다.

이외에도 딜로이트안진에 감사를 맡긴 LS산전(010120)은 올 1·4분기 사업보고서에서 올해 연간 감사 총 소요시간을 3,100시간으로 적었다. 지난해 LS산전의 총 감사시간은 3,050시간으로 큰 차이가 없다. SK텔레콤(017670)·고려아연(010130)·한국전력(015760)·삼성정밀화학(004000) 등도 올해 감사시간을 지난해와 비슷하게 추정해 기재했다.

이 같은 현상은 회계법인과 피감법인 간 감사 계약 관행 때문이다. 회계감사제도가 발달한 영미권의 경우 최초 회계법인과 피감법인 간에 감사 용역 계약이 체결된 후에도 추가로 소요되는 시간에 따라 감사 비용을 다시 조정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관행상 계약서에 추가 시간에 대한 명확한 보상근거를 넣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회계법인들은 고정된 비용에 검사를 마치기 위해 투입인력을 줄이는 경우가 많아 부실한 감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감사 품질을 높이려면 미국과 같이 소요 시간에 따라 감사 보수를 책정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감사를 받는 기업뿐만 아니라 회계법인들도 이런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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