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인터넷 흐름 90% 책임 해저케이블을 지켜라"

절단사고 등 기능 상실땐 세계적 대혼란 우려

해저케이블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특수선박 위에 서 있는 존 레니. 그의 머리 위에 원격조종 로봇인 비스트가 보인다.


인터넷교환소(IPX)는 한 국가와 세계를 이어주는 허브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다수의 해저케이블이 동시에 절단되는 등 피해가 불가피하다.

인터넷은 전세계를 연결해주는 필수적 통신망이다. 인터넷이 없다면 기업의 해외 수ㆍ출입, 국제 금융거래 등이 위축돼 국제화 시대라는 의미조차 퇴색할 정도다. 이 같은 인터넷은 전세계 바다 속에 매설된 총연장 80만㎞의 해저케이블로 연결돼 있다.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90%를 이 해저케이블이 책임지고 있는 것. 만일 해저케이블이 자연재해나 사고ㆍ테러로 손상돼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세계 각지에서 인터넷 대란이 발생, 심각한 후유증이 야기될 수 있다. 인터넷은 이제 현대사회에서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됐다. e메일ㆍ인터넷뱅킹ㆍ정보수집ㆍ온라인게임ㆍ채팅ㆍ극장예매 등 일상생활 전반에 뿌리를 내린 것. 특히 전세계를 연결해주는 국가 간 정보통신망으로서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기업의 해외업무에서 e메일이 전화와 팩스의 비중을 앞지른 지 오래며 국제 금융거래에서도 인터넷은 막중한 역할을 한다. 사실상 인터넷을 21세기 국제화 시대의 핵심 인프라라고 칭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인터넷은 어떻게 세계 각지의 국가를 하나로 연결해주는 것일까. 일견 인공위성을 이용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인공위성의 국제 인터넷 트래픽 처리 비중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나머지 90%를 책임지고 있는 주인공이 따로 있다. 바로 해저케이블이다. ◇ 해저케이블과 정보통신 안보= 현재 전세계의 바다 속에는 국가나 대륙 사이의 전화와 인터넷을 연결하기 위해 광섬유를 사용한 수많은 해저케이블이 매설돼 있다. 상시 가동되는 것만 250~300개로 이들의 총연장은 무려 80만에 달한다. 이는 지구와 달을 한 번 왕복할 수 있는 길이다. 이 같은 해저케이블이 없었다면 인터넷이 전화망을 능가하는 국제 정보통신망으로 부상할 수 없었으며, 지금처럼 인간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해저케이블에 따른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해저케이블 절단 사고가 빈번이 발생, 국가와 기업의 정보통신 안보가 위협 받고 있는 것. 실제 해저지진ㆍ태풍 등의 자연재해에 더해 어선의 저인망이나 선박의 닻에 걸려 해저케이블이 절단되는 일이 거의 매일같이 일어난다. 상시 가동 250~300개·총연장 80만km 달해
'심해 탐사 로봇' 활용한 복구팀 각국서 활동

물론 웬만한 국가에서는 해저케이블 하나가 절단돼도 국제 인터넷망이 두절되지 않는다. 복구가 완료될 때까지 다른 해저케이블이 트래픽을 대신 처리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수의 해저케이블이 동시에 불통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지중해의 해저케이블 3개가 잇따라 끊어지자 아프리카 주요국과 동남아시아에 일대 혼란이 일어났다. 이집트는 국제 인터넷 서비스의 80%가 마비됐고, 해외와의 e메일 송수신이 어렵게 된 인도에서는 기업들이 모든 문서를 팩스로 보내느라 진땀을 뺏다. 특히 중동 등 해저케이블 인프라가 빈약한 지역은 이 같은 위협에 더 크게 노출돼 있다. 이곳에서는 단 1개의 해저케이블만 절단돼도 곧바로 표시가 난다. 2개가 끊어지면 해외와의 인터넷 연결이 심각하게 제한되며, 3개가 끊어졌는데도 국제 인터넷 트래픽을 우회시키지 못하면 재앙에 가까운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바다와 싸우는 인터넷 지킴이= 이렇듯 현대사회에서 해저케이블이 사고나 재해, 그리고 테러로 장기간 제 역할을 못하게 되면 국가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에는 해저케이블을 유지ㆍ보수하고 손상을 복구해주는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해저케이블 손상사고가 발생하는 즉시 특수선박을 타고 현장으로 출동, 인터넷 대란이 벌어지지 않도록 신속한 복구에 나선다. 영국의 수중시설 설치ㆍ점검 전문기업인 글로벌마린시스템스의 수석 엔지니어 존 레니도 그중 한 사람. 존은 북대서양에 매설된 해저케이블의 수리를 책임지고 있다. 해저케이블 수리는 손상 부위를 찾아내 선박 위로 끌어올린 후 수리해 원래 위치로 돌려보내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말처럼 쉽지 않다. 해저케이블 자체가 인간의 손이 닿을 수 없는 최대 수천m 깊이의 해저에 있기 때문이다. 존이 올해 초 영국과 아일랜드를 연결하는 해저케이블의 절단 사고 현장에 출동했을 때는 12일이나 험난한 파도와 싸운 끝에 수리를 완료하기도 했다. 존과 그의 팀원들은 비스트라고 불리는 6톤 중량의 1,000만달러짜리 원격조종 심해탐사 로봇을 활용한다. 이 로봇은 무한궤도와 추진 장치를 채용, 수심 1.6의 심해에서 시속 3노트로 이동할 수 있다. 존은 비스트에 장착된 카메라와 음파탐지기ㆍ금속탐지기 등으로 망가진 해저케이블을 찾아내는데 해저의 물살이 빠르고 가시거리도 제로에 가까워 정확한 손상 부위를 발견하는 데만 며칠씩 걸리는 게 다반사다. 설령 망가진 부분을 찾더라도 수리하기 위해 해저케이블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일이 만만치 않다. 존의 표현을 빌리자면 야구 글러브를 낀 채 세찬 눈보라가 치는 곳에서 실 한 가닥을 빼내는 것만큼이나 정밀성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테러의 대상으로 떠오른 해저케이블=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 해외에 있는 친구들과 e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도 존과 같은 해저케이블 지킴이들의 보이지 않는 활약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해저케이블을 손상의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할 방법은 없을까. 아쉽게도 신속한 피해복구 외에는 마땅한 대책을 찾기 어렵다. 해저케이블이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는 공해상을 통과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회불안 노린 테러 가능성 대비해 방어망 구축
허브役 인터넷교환소는 핵전쟁 견딜만큼 설계도

같은 이유로 해저케이블이 테러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군사전문가들에게서 제기된다. 특정 국가와 연결된 해저케이블을 강제로 파손하면 그 국가의 인터넷망이 붕괴돼 사회적 혼란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같은 테러는 군사적 이점도 크다. 해외 파병이 보편화된 현대전에서 국제 인터넷망이 붕괴되면 군사작전에 필요한 동영상과 데이터 전송에 방해를 받아 전략ㆍ전술을 원활하게 수립하는 데 차질을 빚게 된다. 실제 지난 1월과 2월 선박의 실수로 중동 지역 해저케이블 3개가 연이어 절단되자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미군 중부사령부와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파병부대 간 군사 데이터 전송에 문제가 발생했다. 아직은 테러로 해저케이블이 파손된 적은 없다. 하지만 적대국의 주요 정부ㆍ군사기관의 정보시스템을 파괴하는 사이버 테러가 공식적 군사작전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핵전쟁에 대비하는 인터넷교환소= 해저케이블 테러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했다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국제 인터넷망 붕괴는 해저케이블이 아닌 인터넷교환소(IPX)에 대한 테러로 훨씬 손쉽게 자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IPX는 자국으로 들어온 해저케이블을 모아 인터넷서비스공급자(ISP)를 통해 전국의 기업과 가정의 PC에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해당 국가와 세계를 이어주는 허브이자 관문인 셈이다. 이곳에 문제가 발생하면 다수의 해저케이블이 동시에 절단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이에 따라 IPX가 있는 건물은 천재지변과 테러공격을 이겨내도록 설계돼 있다. 실제 북미와 중남미의 인터넷 트래픽 중 90%를 책임지고 있는 마이애미 소재의 테레마크사 IPX 건물은 시속 250의 태풍을 견뎌내는 18㎝ 두께의 고강도 철근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다. 또한 정부도 천재지변으로 마이애미 전체의 전력공급이 두절됐을 때를 대비해 병원ㆍ경찰서와 함께 이곳을 최우선 복구시설로 지정해놓은 상태다. 특히 테레마크가 버지니아 주 쿨페퍼 지역에 건설한 IPX는 수도인 워싱턴에 핵폭탄이 떨어져도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이다. 핵폭발에 따른 후폭풍을 막아줄 3m 높이의 흙벽이 주변을 감싸고 있고, 미 국방부 직원을 포함한 대테러요원들이 상주하며 다양한 방식의 테러공격에 대비하고 있다. 데릭 카나스 이 회사 부사장은 "현 시점에서 국제 인터넷망에 대한 물리적 테러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공격이 이뤄지면 그 피해는 복구가 힘들 만큼 심각할 것"이라며 "해저케이블이나 IPX가 멈추면 피해가 전세계로 확산되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위협 요소를 파악하고 대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