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중 올 들어 영업환경이 가장 크게 변한 곳이 카드업이다. 가격결정의 기본 골격인 수수료 체계가 새로 제정된데다 우리카드ㆍNH농협카드 등 새로운 플레이어들은 고토회복을 선언했다. 여기에 재계 맞수인 삼성카드와 현대카드의 영업전략은 180도 엇갈렸다.
때문일까. 카드 업계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부동의 업계 1~2위였던 신한ㆍKB국민카드가 뒤처진 사이 공격태세를 선언했던 삼성카드가 독보적인 2위에 안착하는 모습이다. "시장점유율(MS) 경쟁은 하지 않겠다"는 현대카드는 역시나 점유율이 급전직하하면서 4위로 추락했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카드의 부상, 현대카드의 위축 등은 예고된 결과지만 오랫동안 유지됐던 업계 순위에 뚜렷한 변화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카드사 간 차별화된 영업전략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1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가맹점수수료 체계 개편이 있던 지난해 말과 비교해 지난 8월 말 현재 신한ㆍKB국민ㆍ현대ㆍ하나SK카드 등 4개 카드사들의 MS(일시불+할부+현금서비스+체크카드)는 나란히 하락했다.
특히 현대ㆍ국민카드의 하락폭이 눈에 띄었다. 이에 따라 국민ㆍ현대카드의 8월까지 누적 이용실적은 57조875억원, 47조3,095억원으로 올해 말이 됐을 때 지난해 누적 이용실적 87조5,661억원, 73조1,511억원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카드는 11.5%로 지난해 12월(12.1%)에서 0.6%포인트 하락했다. 카드 이용실적이 강한 하방경직성을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하락폭이 큰 편이지만 사실 예견된 결과다. 현대카드는 50만원 미만 이용자들에게 혜택을 주지 않는 '챕터(Chapter2)' 전략 아래 점유율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국민카드의 경우 약 0.5%포인트 하락한 14%의 점유율을 보였다. 국민카드는 체크카드 부문 최대 경쟁사인 NH농협카드가 시장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점유율 수성에 실패했다.
신한ㆍ하나SK카드도 가맹점수수료 체계 개편 등의 여파를 받아 지난해 말에 비해 각각 0.2%포인트, 0.6%포인트 하락한 20.1%, 4.4%의 점유율을 보였다. 이런 추세라면 신한카드의 '10%대 추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4개 카드사가 뒤처진 사이 삼성ㆍ롯데카드는 시장 확대에 성공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말(13.3%)에 비해 0.4%포인트 오른 13.7%의 점유율을 보였다. 이용실적도 8월 기준 55조9,056억원으로 지난해(80조2,650억원) 이용실적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흐름이라면 체크카드 실적을 포함하고도 국민카드를 제칠 것이 확실시된다.
롯데카드는 롯데하이마트ㆍ빅마트 등 모그룹 유통망을 이용한 점유율 확대에 나서 지난해 말에 비해 0.3%포인트 오른 7.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업계 순위에 지각변동이 나타남에 따라 카드사 간 차별화된 영업전략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신한ㆍKB국민카드만 해도 점유율 수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두 카드사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취임한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과 심재오 KB국민카드 사장은 업무파악을 마치고 내년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여기에 이제 막 분사한 우리카드도 시장확대를 꾀하고 있고 체크카드 강자인 NH농협카드의 동향도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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