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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개인일기와 기록문화

崔禹錫 (삼성경제연구소 소장)70년대 초 어느 경제부총리에게 물은 적이 있다. "지금 여러 중요한 정책결정들을 하는데 혹시 기록같은 것을 남겨두십니까?" "일체 기록같은 것을 하지 않습니다. 잘못 써놓았다가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알 수 없으니까요" 하는 대답을 들었다. 그 부총리가 확실히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 같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그것을 실감할 수 있다.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는 지금 기록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일기처럼 비망록을 개인컴퓨터에 기록해 놓았는데 그것이 드러나 매우 곤란한 입장에 빠진 것이다. 심지어 국회청문회에서도 일기를 근거로 반성을 덜 했느니 하는 힐난을 받았고 강 전부총리는 일기장은 자식 것도 부모가 안보는 법인데 너무하지 않느냐는 항의까지 했다. 강 전부총리의 일기장은 경제사적으로 매우 귀중한 사료가 될지 모르나 개인적으로 보면 우리의 오랜 역사적 교훈에 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기나 기록 때문에 화를 당한 것이 어디 한두번인가. 옛날 조선조 당쟁이 심할땐 서신 한장 갖고도 멸문의 화를 당하기도 했기 때문에 서신은 다 보고 나면 태워버리곤 했다. 5공때까지만 해도 무슨 일이 나면 명함 받아 놓은 것도 화(禍)의 빌미가 되었다. 그래서 무슨 사태가 터지면 명함철이나 수첩을 가장 먼저 없애곤 했다. 한국 사람들은 기록을 안하는 민족이란 말들을 많이 하는데 본래 기록을 못해서가 아니라 난세를 오래 살아온 삶의 지혜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번에 사법계를 벌컥 뒤집어 놓은 대전 이변호사 사건도 너무 기록을 잘해 놓은데서 일이 발단됐다. 방대한 조선조실록을 보면 한국사람들도 얼마든지 좋은 기록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조선조실록을 둘러싸고도 많은 참화가 있었다. 그러나 절대왕정 아래서도 바른 기록을 할 수 있는 여러 제도적 장치가 있었다. 바른 기록이 있어야 실수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 기록이 불리하게 인용되고 공개된다면 기록문화는 살아날 수 없을 것이다. 외국같은덴 많은 개인적 기록이 있어 그것이 역사의 빈부문을 메우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이번 강 전부총리가 개인기록 때문에 큰 곤욕을 치르는 걸 보고 많은 사람들이 역시 기록은 안하는게 좋다는 난세의 지혜를 새삼 다짐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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