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으로 들어서는 수험생들은 "이번에는 잘 봐야죠" "이번이 세 번째인데 꼭 합격할거예요"라며 저마다 합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불태웠다. 어제 부산에서 올라와 찜질방에서 자고 왔다는 한 수험생은 "지방은 시험장이 많지 않아 신청이 늦으면 서울까지 올라와 시험을 봐야 한다"며 "멀리서 올라온 만큼 꼭 잘 봐야겠다는 부담이 크다"고 긴장감을 토로했다.
이날 단대부고를 비롯해 전국 85개 고사장에서는 삼성그룹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위한 필기시험인 SSAT가 일제히 치러졌다. 이번 SSAT에 지원한 수험생만 전국적으로 10만여명. 상반기 공채인원이 4,000~5,000명인 것으로 감안하면 경쟁률이 20대1에 달한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다른 대기업과 시험날짜가 겹치지 않아 실제 응시율은 약 90% 안팎까지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날 시험은 올해 초 논란이 됐던 채용전형 전면개편이 무산된 뒤 치러지는 첫 시험인 만큼 높은 관심을 끌었다. 실제 시험을 앞두고 대학 서점가에서는 삼성이 서류전형 없이 대졸 신입을 뽑는 게 이번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며 SSAT 문제집 판매가 급증하기도 했다. 삼성은 지난 1월 'SSAT 광풍'을 막고자 서류전형 부활과 대학총장추전체 도입을 골자로 한 채용전형 개편안을 발표했다가 여론의 역풍에 밀려 2주 만에 철회한 바 있다.
대신 삼성은 오랜 독서와 경험을 통해 종합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능력을 갖춘 인재가 고득점할 수 있도록 SSAT 시험내용을 일부 개편했다. 기존 언어·수리·추리·상식에 더해 시각적 사고를 추가했고 특히 상식영역에서는 역사 관련 문항을 확대했다. 이로 인해 이날 140분간의 시험을 마치고 나온 수험생들은 문제 유형이 바뀌어 혼란스러웠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창원에서 온 한영훈(28)씨는 "기출문제집에 비해 문제 유형이 많이 바뀐데다 4지선다에서 5지선다로 출제 방식도 달라져 수험생들이 많이 당황해 했다"고 전했다.
이날 만난 수험생들은 삼성의 채용제도 개편시도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단대부고에서 만난 한 수험생은 "왜 떨어졌는지 알 수 없는 서류전형을 도입하기보다는 누구나 응시 가능한 SSAT를 통해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현행 제도가 낫다"고 평가했다. 지방대에 다닌다는 한 수험생은 "총장추천제는 객관성 논란과 함께 학교서열화를 조장할 수밖에 없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현행 채용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김모(30)씨는 "지금의 채용방식은 너도나도 일단 SSAT에 응시하다 보니 사회적 비용이 너무 많이 발생한다"며 "정말 삼성 인재상에 맞는 지원자들을 사전에 거를 수 있도록 채용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립 명문대 석사를 마치고 연구직에 지원했다는 황모(29)씨는 "석·박사를 하면서 SSAT 준비를 병행하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연구직 지원자들을 위한 새로운 채용방식의 도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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