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환율 행진으로 수입품 가격이 일제히 오르는 반면 미국산 수입쇠고기의 가격은 오히려 떨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경기불황으로 소비심리까지 얼어붙으면서 수입물량이 대거 남아돌고 있기 때문. 이에 육류수입업체들은 재고소진을 위해 판매가격을 낮추는 동시에 수입물량을 대폭 줄이는 등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에서 판매 중인 미국산 쇠고기 냉장 본갈비(100g)의 현재 판매가는 1,580원으로 이달 초에 비해 무려 600원이나 떨어졌다. 냉장 본갈비는 지난 4일 2,180원에서 10일 1,880원으로 300원 내려간 후 9일 뒤인 지난 19일 1,580원까지 하락한 것. 미국산 냉장 꽃갈비(100g)의 가격하락세는 더욱 가파르다. 지난 4일 2,380원에 판매되던 냉장 꽃갈비는 10일 1,780원으로 불과 1주일새 600원이 떨어진 데 이어 19일에는 다시 1,580원으로 가격이 내려갔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설 연휴를 앞두고 대거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가 당초 예상보다 판매량이 크게 밑돌면서 이달 들어 재고소진을 위해 잇달아 판매가격을 인하했다"고 말했다. 이마트에서 현재 판매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척아이롤 냉장육(100g)의 가격은 1,880원으로 지난 1월보다 100원이 낮아졌다. 척아이롤 냉동육(100g) 가격 역시 25일 현재 1,350원으로 한달 전보다 100원 떨어졌다. 미국산 쇠고기의 잇따른 가격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예상을 크게 밑도는 판매부진에 있다. 국내 수입업체들은 1월 설 연휴 대목에 맞춰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량을 크게 늘렸지만 기대와 달리 판매증가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고스란히 창고에 재고물량으로 쌓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육류유통수출입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에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검역 기준) 냉장육은 548톤으로 전월 수입량 266톤의 두 배가 넘는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의 판매량은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12월 이후 1주일 평균 10억원을 크게 웃도는 매출을 올리던 미국산 쇠고기는 지난 1월 26일 이후 판매량이 절반 이하로 급감하며 5억~7억원 수준으로 매출규모가 줄어들었다. 이 같은 미국산 쇠고기의 극심한 판매부진으로 국내 육류수입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대형 육류수입업체 이네트 관계자는 "환율상승으로 수입원가는 올랐지만 판매부진으로 수입물량이 남아돌다보니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판매가격을 내리고 있다"며 "때문에 마장동 우시장을 중심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수입업체들의 부도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네트는 지난해 월 평균 8,000톤 가량 수입하던 미국산 쇠고기 물량을 현재 약 5,000톤 가량으로 줄였으며 또다른 수입업체 에이미트 역시 2월 들어 수입량을 전월의 절반 수준으로 대폭 축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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