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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170원 저지선 붕괴] 원화절상 대세… 연착륙이 과제
입력2004-02-03 00:00:00
수정
2004.02.03 00:00:00
성화용 기자
3개월여 동안 방어해 온 `1달러=1,170원`이 무너진 데 따른 불안감으로 금융시장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다. 이대로 원화절상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의 유일한 성장동력인 `수출`마저 치명타를 입지 않겠느냐는 걱정으로 외환시장은 물론 주식시장도 크게 위축됐다.
재정경제부에 이어 한국은행까지 이례적으로 `구두개입`에 나서 환율하락폭 축소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원화환율전선에 큰 변수가 될 이번 주말 선진7개국(G7) 재무장관 회담때까지 시장은 수시로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원화절상의 속도와 폭이다. 예상대로 G7회담이 `아시아국가통화가 저평가돼있다`고 언급할 경우 상당기간 환율하락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외환당국의 역할은 사실 그 때부터가 시작인데, 미리 너무 힘을 빼 정작 필요할 때 제대로 힘을 못쓰는 것 아니냐는 게 외환시장 관계자들과 수출업계의 공통된 걱정이다.
◇1,170원선 무너져 불안감 증폭=정부가 개입을 지속하는 한 당분간 1,170선은 유지될 것이라는 게 시장관계자들의 예측이다. 그러나 3일 서울외환시장이 개장하자마자 환율은 1,160원대로 순식간에 떨어졌다. 즉시 정부가 구두개입을 했지만 환율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한 채 1,164원80전까지 떨어졌고 결국 오후에 한은이 `환율급변동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필요시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자 낙폭이 다소 줄어 1,166원대로 마감했다. `지나친 시장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의 환율정책과 거리를 둬 온 한은이 이날 이례적인 `구두개입`에 나선 것은 그만큼 상황이 다급해졌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 날 환율쇼크는 주식시장으로 확산돼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은 무려 1,6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종합주가지수는 15포인트 이상 떨어져 830대로 밀렸다. `환율하락-수출경쟁력 하락-저성장`의 악순환이 한국경제를 옥죄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원화절상은 불가피, 속도가 문제=전세계적으로 달러 약세가 계속되는 한 원화절상(환율하락)은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대세를 거스르기 어렵다면 속도조절을 통해 `연착륙`이 가능하냐가 관건이다. 정부가 기를 쓰고 환율방어에 매달려온 것도 환율을 묶어두겠다는 게 아니라 투기세력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래야 환율 급락에 따른 충격을 막고 적정 수준의 환율로 연착륙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복병은 G7회담이다. 이번 주말(6~7일)로 예정된 G7회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알맹이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달러 약세기조를 용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이 날 환율 저지선이 무너진 것도 G7회담의 이러한 분위기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또 회담을 앞두고 선진국들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 외환당국도 직접적인 시장개입(달러 매입 등)을 피할 것이라는 예측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G7재무장관들이 회담을 통해 아시아 각국의 통화절상을 간접적으로 촉구하는 선언적인 언급을 채택할 경우 우리 정부의 입지는 좁아지고 환투기 세력은 힘을 얻게 된다. 이 때부터 환율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중요하다.
◇올해 평균환율 1,100원대 초반 전망=이러한 최근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올해 평균 환율은 1,100원대 초반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재하 금융연구원 거시경제팀장은 “올해 연평균 환율을 1,115원~1,125원으로 보고 있다”며 “달러약세가 지배적이고 원화가 절상할 것이라는 지난해 전망과 지금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그러나 “국제금융시장 사정이 변한다면 원화강세 추이가 완화될 가능성은 있다”며 “미국의 달러약세 기조가 약간이라도 변하거나 국내 경제여건이 급격히 악화돼 주식투자자금이 빠져나가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연평균 1,110원을 전망했고 예상대로 원화절상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라며 “정부가 속도를 조절하고 있어 시차는 있을 지 모르겠지만 일단 방향은 옳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분석팀장은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보인 만큼 앞으로 개입 수위를 천천히 낮춰갈 것으로 본다”며 “지난해 예상한 올해 연평균 환율 1,145원을 수정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성화용기자, 이연선기자 s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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