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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 회장 자살/투신 배경] 대북송금 수사에 심한 압박감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투신 자살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충격적 사건이다. 죽음에 이른 정확한 이유도 아직 베일에 묻혀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선 정회장의 `존재의 이유`였던 대북사업 정당성이 송금 수사 속에서 부인되면서 발생한 극단적 압박감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해외를 떠돌고 있는 김우중 전 대우회장에 이어, `정치적 소용돌이에 휩쓸린 기업인의 희생`이라는 경제계 일각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무너진 `대북사업 정당성`= 지난 2000년 3월 현대그룹 분열의 서막이었던 `왕자의 난`. 정 회장은 당시 파문이 고 정주영 명예 회장, 정몽구 회장과 자신을 포함한 3부자의 동반퇴진 요구로 옮아갈 때도 대북 사업만은 포기하지 않겠다며 강한 집착을 보였다. 경영일선에 물러난 이후에도 정 명예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아 본인이 `현대가의 적자`임을 확인시키려 했다. 이런 꿈은 대북 불법 송금 문제와 북핵 사태가 겹치면서 좌초했다. 주력 사업이었던 금강산 관광은 대북현금 송금시비로 공격을 받았고 특구 지정, 육로 관광 등은 북핵 파문이 겹치면서 북측과 어려운 협상을 이어갔다. 설상가상으로 불법 송금 문제가 고인을 피의자 신분으로 몰고 가면서 대북사업의 정당성마저 부인되고 말았다.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에게 남긴 유서에서 “어리석은 사람이 어리석은 행동을 했습니다.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저를 여러분이 용서해주기 바랍니다”라는 말을 남긴 것도 대북 문제로부터 받았던 심각한 정신적 압박감을 반영한다. ◇연이은 수사, 심리적 고독 가중= 주변에 그의 압박감을 덜어줄 사람이 없었던 것도 스트레스를 가중시켰다. 정주영 명예회장 타계 후 옛 현대그룹은 현대차ㆍ현대중공업 등으로 흩어졌고, 형제들로부터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들이 하필 이 시점에서 무모한 결심으로 이어졌는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남는다. 대북사업이 우여곡절을 겪고 있지만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 사업 등이 진척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지난달 25일 동해선 육로를 통해 귀환하면서 “9월1일 관광이 시작되면 매일 출발하는 것을 북측에 제안했고 북측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정회장의 죽음을 지난 1일 3차 공판까지 수 차례 재판에 출석해 장기간 조사를 받은 점, 여기에 오는 18일 4차 공판을 앞두고 심리적 압박감이 극도로 가중됐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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