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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보릿고개/조양래 현대자써비스 사장(특별기고)

불과 30∼40년 전에 우리는 보릿고개를 겪었다.가을걷이에서 비축한 양식들이 겨울을 나면서 다 떨어져 뭔가 열매라도 딸 수 있는 여름까지는 먹고 살기가 너무 힘겨웠다. 썰렁한 산과 밭을 파헤치며 풀뿌리, 나무껍질같은 것을 캐다가 끓여서 멀건 국물을 먹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말 그대로 초근목피로 힘든 삶을 연명했다. 국민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식생활문화가 크게 발전해 비만, 성인병 등 영양과잉공급을 걱정해야 하는 지금과 비교해보면 정말 상상조차 하기 힘든 시절이었다. 필자를 비롯한 지금의 장년층은 그렇게 어려운 시절을 직접 피부로 겪으며 성장해왔다. 사실 과거 고생한 이야기야 하면 할수록 부풀려지기도 하고 때론 없던 일들이 덧붙여지기도 하는 법이지만 필자는 지금 우리가 이처럼 윤택하게 생활하고 있는 것은 지난날 그 한 맺힌 보릿고개를 이를 악물고 버티던 한과 오기 덕분이 아닐까 감히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고도성장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70년대에 경제활동의 주역이던 지금의 50대 전후반 세대는 한창 잘 먹고 뛰어놀아야 할 유년기의 대부분을 황량하고 허기진 보릿고개의 중턱에서 보냈다. 그들에게 구체적으로 기억되는 그 배고픔이야말로 온갖 힘든 환경에도 불구하고 외화획득에 전념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되어 주었다. 그때 우리는 정말 그랬다. 우리가 흘리는 땀, 우리가 뜬 눈으로 지샌 숱한 밤들이 더 이상 배고픔없는 우리 아이들의 밝은 웃음으로 이어지기를 바랐다. 우리가 아끼고 절약하며 졸라맨 허리띠가 우리미래의 풍요로움을 여는 화려한 리본이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 어려움속에서 탄생시키고 성숙시킨 우리 경제가 요즘 돌파구가 쉽게 보이지 않는 암흑의 터널을 걷고 있다. 재계상위그룹이던 기아가 파국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세간의 걱정어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부도의 파문 앞에서는 그 어느 기업도 당당할 수 없는 경제의 보릿고개를 맞고 있는 것이다. 지금 상황에 대해 경제전문가들마다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진통제 일 뿐 완벽한 치료제로서 고질의 우리 경제를 병상에서 깨끗이 치유시킬 그런 대안은 아직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가지 필요조건들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냉정히 말해 경제력이야 말로 세계에서 각국의 위상을 결정하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지구상에서 생존여부를 가늠하는 힘의 논리는 그 나라의 경제력에 의해서 좌우되며 때론 경제논리가 우리의 생존논리가 될 수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지금까지 세계사 속에서 숱하게 보아왔다. 어쩌면 지금처럼 특효약이 없는 상황, 경제의 보릿고개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은 과거 우리의 조상들이 보릿고개를 맞아 발휘하던 지혜, 즉 아끼고 절약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지않나 하는 생각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다. 설령 지금의 상황에서 너무 섣불리 우리경제는 이제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거나 조금 어렵다고 쉽게 포기하는 자세가 어쩌면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할, 가장 어려운 난적일지도 모른다. 할 수 있다는 신념, 그리고 과거 우리가 그렇게 해왔듯이 고비를 참고 이기는 정신이 지금 우리에게 제일 필요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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