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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당리당락 경제 발목 잡는다
입력2003-06-27 00:00:00
수정
2003.06.27 00:00:00
유병률 기자
`한·칠레 FTA` `고용허가제`도 눈치만
위기에 직면한 한국경제가 정치권의 늪에 빠져 탈출구를 못찾고 있다.
여ㆍ야는 예결위원장 자리 다툼으로 추경 예산안 처리를 한달여 미루면서 `L`자형 경기침체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고, 수출활로 개척과 중소기업 인력난 해결을 위한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외국인 고용허가제 처리는 이해집단 눈치만 살피기에 급급하다.
26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경기회복을 위한 4조2,000억원 규모 추경의 6월 국회내 처리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 정치권은 7월에 임시국회를 다시 소집,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한나라당의 새로운 특검법안 제출 등 여ㆍ야간 대립으로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추경의 경기부양 효과가 실종될 위기에 처한 셈이다.
정부는 당초 6월 국회에서 처리되는 즉시 추경 예산을 집행, 하반기 성장률을 0.25%포인트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었지만, 지금으로서는 잘해야 7월말~8월초 집행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 경우 추경의 성장률 기여도도 1개월치인 최소 0.04%포인트는 반감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조업일수 감소 등으로 5월중 산업생산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2분기 성장률도 2%대 초반으로 예상되는 마당에 추경 집행 마저 늦어지면서 경기침체가 그만큼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정부기관조차 내달초 올해 성장률을 3%대로 하향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 상황에서는 추경 집행을 하루라도 서두르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연간 10억달러 무역수지 개선효과가 있는 한ㆍ칠레 FTA 비준안 처리도 농민들의 집단 반발에 밀려 무기한 연기된 실정이다. 이로인해 한국산 휴대폰 자동차 등의 칠레시장 점유율이 경쟁국에 비해 떨어지고 있고, 국제적 약속위반으로 대외신인도에도 흠집이 나게 생겼다.
또 외국기업 투자유치를 위한 세제혜택 부여 등 조세특례제한법안도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정치권이 국민경제를 우선시하기보다 총선용 `표`를 의식한 전형적 사례들이다.
여기에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도 6월 국회통과가 무산됨에 따라 7월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8월말까지 출국이 유예된 20만명 불법체류자들의 강제출국이 불가피해진다.
이 경우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영세기업들은 심각한 인력난에 봉착하게 된다. 또 철도 구조개혁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철도 노조의 파업에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에 따르면 이처럼 국회공전으로 처리가 보류된 법안, 결의안, 동의안 등은 16개 상임위원회에 모두 780여건에 달한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추경은 신속히 집행하고, 금리인하는 신중이 했어야 하는데 지금은 거꾸로 가고 있다”며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도 문제이지만, 당리 당략에 사로잡혀 정부 경제정책에 사사건건 발목만 잡는 정치권도 경제위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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